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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사랑의 매라고요? 장애아도 폭력으로는 가르칠 수 없어요”

입력
2019.04.02 04:40
28면

 <23> 발달장애인 폭행 사건에 대한 시선 

지난달 29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에서는 최근 장애인 입주시설과 특수학교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장애인 폭행 사건을 다뤘다. 두 개의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장애인끼리만 모여 있는 공간에서 사건이 발생하곤 한다는 것. 또 하나는 그러한 곳에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의 폭력은 당연하다는 듯 용인하고 있다는 것.

이 세상에 학대당해도 되는 사람 같은 건 없다. 폭력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건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폭행 사건은 수도 없이 발생해 왔고 앞으로도 한동안 이러한 뉴스는 이어질 것이다. 과연 대책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이러한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까?

 ◇특수학교의 인권 감수성이 더 낮아요 

대한민국의 모든 특수교사를 다 만나본 것도 아니고, 전국의 모든 특수학교를 다 가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적지 않은 만남을 통해 내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이 정립됐다. “특수학교의 인권 감수성(인권 문제임을 자각하고 느끼는 감수성)이 일반학교보다 낮다”는 것이다. 아마도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리라.

물론 인권 감수성이 낮다는 말에 발끈할 특수학교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기에 발끈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추적 60분’에 나왔던 한 학교. 장애 학생의 발을 잡고 질질 끌고 가서 폭행하는 부분에선 크게 놀라지 않았다. 때리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내가 놀랐던 건 전체적인 학교의 분위기였다.

내가 안 때려도 옆 반 교사가 때리는 걸 그대로 지켜보는 교사, 필요할 땐 와서 학생을 (때리기 위해) 끌고 가는 걸 돕기까지 하는 교사 무리,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 교내에서 크고 작은 폭행이 발생할 때 그 누구도 교사를 제지하며 “그러면 안 된다”고 말리는 이가 없었다. 이미 학교 안에선 그러한 모습이 하나의 풍경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이날 방송에 나왔던 한 학교의 교사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인권 감수성이 떨어져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꼭 때리는 체벌이 아니라도 신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벌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방송에 나왔던 또 다른 학교에서는 몸을 못 가눠 휠체어에 탄 학생이 교실에서 울기 시작하면 어두운 화장실에 가둬놓았다. 어두운 곳에 몇 시간이고 혼자 갇혀있는 벌을 준 것이다. 이 사례를 때리지 않았으니 폭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CCTV 설치가 해결책인가요?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곳이 특수학교 또는 장애인 입소시설이라는 점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대적으로 장애의 정도가 중한 장애인끼리 모여 비장애인으로부터 교육과 ‘관리(?)’를 받는 곳에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우러져 생활하는 일반학교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집에 가서 종알종알 얘기하는 비장애인 학생들이 ‘걸어 다니는 CCTV’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경증의 장애인도 폭행에 노출될 확률이 낮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서다. 맞으면 맞았다고 집에 가서 부모에게 말할 수도 있고 교사에게 왜 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즉 내부에서의 일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선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해묵은 논쟁을 다시 꺼내야 하나 고민이 된다. 특수학교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 많은 논란을 불러올 이 일에 다시 불씨를 지펴야 할까?

특수학교 교실 안에 CCTV를 설치하는 건 이미 몇 년 전에 한번 바람이 휘몰아쳤던 사안이라고 한다. 당시 나는 아직 어린 쌍둥이를 키우는 데 급급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요즘 느끼는 체감상으로는 교사들의 90% 이상은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것 같고 부모들의 과반수 이상은 찬성하는 것 같다.

CCTV는 확실히 범죄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내 경우만 해도 손에 빈 음료수병을 들고 다니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전봇대를 발견하면 옳다구나 하고 다가간다. 그러다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CCTV 설치중”이란 표지를 보면 괜스레 손이 민망해지며 휴지통이 보일 때까지 그대로 음료수병을 손에 들고 다니곤 한다.

문제는 우리가 CCTV를 설치하려는 곳이 학교라는 것이다. 학교는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 아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CCTV를 설치하는 순간 우리는 학교를 또 다른 범죄가 발생할 공간으로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폭행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결국은 CCTV를 설치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그렇게 되면 이번엔 또 방치 또는 방임이 학교 현장에서 행해질 가능성이 있다. 내가 우려하는 건 이러한 부분이다.

“요즘은 학생들 팔만 잡아도 큰일 나는 세상” “학생이 아닌 부모들 등쌀에 교육이 망한다”며 학생들에게 열의를 갖고 무엇을 해보려는 대신 수업 시수만 지키겠다는 식으로 자포자기하는 특수교사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곤 했던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특수학교에도 적용 되어야 

내 아들은 도전적 행동이 있다. 게다가 말도 할 줄 모른다. 인지는 두 세 살에 불과하고 말로 해서 알아듣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한 마디로 ‘맞을 수 있는 장애인’의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실제로 1년 전에는 활동보조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난리가 나기도 했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수학교에서의 폭행(과잉진압) 문제는 많은 경우 도전적 행동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도전적 행동이 발생했을 때 그 순간 행동을 잡으려고만 하다 보니 때리거나 가두거나 벌을 주거나 해서 문제 행동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도전적 행동 또는 문제 행동 그 이후까지 생각하는 특수교육이라면 분명 접근 방법은 달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더이상 ‘추적 60분’ 같은 방송을 보지 않게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장에 있는 개개인이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것밖엔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CCTV 설치 건도 워낙 입장 차이가 커서 한두 해 안에 결론 날 수는 없을 듯 하다.

전문가나 공무원들은 ‘장애인 인권’을 외치며 이런저런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책상에 앉아 찾아낸 해결책이 학교라는 실제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려면 특수학교의 전일적인 교육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

교사 일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부터 줄이는 게 먼저고, 교장과 인권담당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권 연수가 각 교실 현장과 어떻게 연결될지 구체적인 방법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혹시 상충할지도 모르는 학생과 교사 양측의 인권 문제를 조율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2009년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발표했고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관련 조항이 법으로 개정됐다. 이후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확산되면서 이제 일반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체벌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교실에서는 ‘사랑의 매’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만약 어느 교사가 말 안 듣는 학생의 발을 질질 끌고 교실로 데려가 의자로 때렸다고 하면 전국에 난리가 날 것이다.

장애 학생은 ‘장애인’이기에 앞서 ‘학생’이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닌 ‘인(人)’이다. 우리 모두가 잊고 있는 이 단순한 사실부터 마음으로 깨닫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류승연 작가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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