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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전 찾은 관중들 “K리그도 보러 갈래요”

입력
2019.03.28 07:00
수정
2019.03.28 14:5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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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보 설문조사-A매치 관중에 K리그를 묻다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구단 운영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기업ㆍ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암흑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는 연중기획 [붐 업! K리그]를 통해 프로축구 흥행을 위한 과제를 짚고, 축구계 모든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 볼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지금까지 K리그엔 별다른 관심이 없던 직장인 지석용(33)씨는 조만간 K리그 ‘직관(직접관람)’에 나설 생각이다. 국가대표팀 경기에만 흥미가 커 한국과 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을 관람했는데, 홍철(29ㆍ수원)과 조현우(28ㆍ대구) 등 K리그 선수들의 활약을 꾸준히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면서다. 그는 “실력과 개성을 갖춘 선수들이 A매치를 통해 팬들에게 알려진 데다, 축구전용구장 증대 등 관람환경도 개선 돼 A매치만 찾던 축구팬들이 K리그에도 차츰 발길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가대표 평가전을 찾은 축구팬 대다수가 3월 A매치 2연승으로 달궈진 국내 축구열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K리그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관중들 가운데 상당수도 앞으로 K리그 ‘직관’을 해보고 싶단 뜻을 내비쳤다. 26일 콜롬비아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입장을 앞둔 관중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프로축구 K리그를 관람하지 않았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무려 80%가 넘는 응답자가 “향후 K리그 경기장을 찾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A매치 경기를 통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K리그에 대한 호기심도 생겼다는 답변 비율이 높게 조사됐다. 국가대표팀이 펼친 A매치 열기가 K리그 관중 증대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본보는 한국과 콜롬비아의 A매치 평가전 당일 오후 4~6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중 212명을 대상으로 A매치 관중의 K리그 관람성향을 주제로 한 대인면접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A매치 관중들의 K리그에 대한 관심도와 향후 관람 의사와 K리그가 기존 고객 및 잠재적 고객을 위해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물었다. 이날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212명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K리그 경기를 관람한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52.8%(112명)로, 경기를 관람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47.2%ㆍ100명)보다 높았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조현우(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조현우(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2대1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이들 112명이 K리그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이유는 K리그 경기장 접근성과 경기력 수준, 시간적 여유 부족 등이 꼽혔다. ‘거주지 인근에 연고팀이 없어서(26.8%)’라고 응답한 이들에 이어 ‘경기 수준이 낮아서(14.3%)’ ‘경기 외 다른 흥미 요소가 없어서(12.5%)’라는 답변 순이었다. 기타(35.7%)의견을 낸 응답자 가운데 다수(15명)는 생업 및 학업으로 K리그 경기장을 찾을 시간이 넉넉지 않았다고 밝혔다. “K리그 생중계 및 하이라이트 시청이면 충분하다”거나 “해외축구 시청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다만 K리그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고 응답한 112명 가운데 상당수가 앞으로 K리그 경기장도 찾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앞으로 K리그를 직접 관람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84.8%(95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모르겠다(10.7%ㆍ12명)’, ‘아니다(4.5%ㆍ5명)’라고 답한 응답자보다 월등히 많았던 점은 희망적이다. K리그가 꼭 붙잡아야 할 잠재고객이 그만큼 많단 의미다. 한 20대 여성 응답자는 “김문환(23ㆍ부산) 등 국가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K리거를 통해 축구의 재미를 느끼고, 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K리그에 관심 없던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실제 K리그 ‘직관’ 뜻을 밝힌 95명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최근 축구 재미를 느끼게 돼서(58.9%ㆍ56명)’ ’K리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31.6%ㆍ30명)’, ‘함께 A매치를 관람한 친구의 권유(4.2%ㆍ4명)’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한국과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린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입장을 앞둔 관중들이 본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한국과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린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 입장을 앞둔 관중들이 본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K리그가 더 많은 관중을 끌어 모으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을 묻는 질문엔 경기력 향상과 스타선수 영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 권모(29)씨는 “친구들을 K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에 데려 가고 싶지만, 여전히 국내 프로축구가 재미없다는 인식이 짙은 데다, K리그 선수가 국가대표에 발탁돼 성장하면 유럽이나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으로 속속 이적하는 바람에 ‘직관만의 재미’를 호소할 명분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심판 판정의 신뢰도 향상이 동반돼야 한다거나, 팬들의 참여와 호기심을 이끌 마케팅 전략이 절실하단 의견도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A매치 관중들은 대체로 국내 축구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축구열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지를 묻는 공통문항엔 전체응답자 212명 가운데 88.2%(187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압도적인 수치엔 오랜만에 훈풍을 맞은 K리그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기존 축구팬들을 더 만족시키고, 새 관중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는 바람도 담겨있다.

강준구 기자
강준구 기자

이번 설문엔 일부 제약요인들로 인한 한계도 있었다. 경기장 인근 혼잡을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입장 관중이 덜 붐비는 오후 4~6시에 설문조사를 실시한 탓에 퇴근 후 경기장을 찾은 직장인 축구팬들의 의견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권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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