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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 ‘노딜 브렉시트’도 거부… EU 탈퇴시점 연기 가능성 커져

입력
2019.03.14 16:53
수정
2019.03.14 19: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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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연기 여부 표결… 메이 “20일까지 합의안 투표 한번 더”

13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테리사 메이(왼쪽 두 번째) 영국 총리가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 관련 표결이 끝난 뒤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13일 영국 런던 의사당에서 테리사 메이(왼쪽 두 번째) 영국 총리가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 관련 표결이 끝난 뒤 발언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하원이 아무 합의도 맺지 못한 채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만은 거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노딜 브렉시트를 협상 옵션 가운데 하나로 계속 갖고 싶어했던 테리사 메이 총리로선 전날 자신이 제시한 수정합의안이 부결된 데 이어, 또 한 번의 정치적 패배를 맛보게 됐다. 다만 20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해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세 번째 표결을 하기로 해 마지막 반전의 가능성이 아직 조금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13일(현지시간) BBC방송,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오후 노딜 브렉시트와 관련, 캐럴라인 스펠맨 보수당 의원과 잭 드로미 노동당 의원이 제출한 수정안 표결을 실시, 찬성 312표 대 반대 308표로 통과시켰다. 불과 4표 차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된 이 수정안의 핵심은 ‘어떤 경우에도 노딜 브렉시트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후 수정안의 내용을 보강해 마련된 정부 수정안도 찬성 321표 대 반대 278표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하원은 14일 EU 탈퇴 시점 연기 여부를 묻는 표결을 실시한다. 메이 총리는 성명을 내고 “14일 표결에서 연기 찬성에 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영국과 EU 간 합의안이 20일까지 의회를 통과한다면 브렉시트를 단기간 기술적으로 미루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더 길게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U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EU는 다음주 열리는 정상회의를 통해 메이 총리에게 ‘장기 연기’를 요청하라고 말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수정 합의안이 그때까지 통과할 경우, 브렉시트 시점을 3개월간 연기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부결될 경우엔 더 장기간 연기가 불가피하며, 영국은 5월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해야 한다. 가디언은 “(브렉시트 연기 이후) 관세동맹 잔류, 2차 국민투표, 소프트 브렉시트 등과 관련한 논쟁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EU와 영국 언론들은 이날 표결 결과에 대해 “메이 총리가 또 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 수정안 표결에 앞서 그는 집권 보수당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의원 수정안보다도 더 큰 표차(43표)로 가결됐다. 게다가 데이비드 고크 법무부 장관과 앰버 러드 고용연금부 장관 등 각료 4명은 아예 기권을 택하며 메이 총리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날 하원 투표를 의회를 넘어 정부를 총체적 혼란에 빠트렸다”고 했고, BBC는 “메이 총리의 권위는 모두 다 사라지지 않았다면 파쇄기 속에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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