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전두환 고소한 조영대 신부, “한국당은 망언의 못자리”

입력
2019.03.12 11:16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 불쾌감을 표시, "왜 이래?"라며 반문하고 있다. 광주=서재훈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 불쾌감을 표시, "왜 이래?"라며 반문하고 있다. 광주=서재훈기자

“일부 보수 언론들이 5ㆍ18의 진상을 모르는 사람들을 부추겨서 ‘5ㆍ18 광주가 폭동이 아니었냐’고 몰고 가는 현상들을 지켜보고 있는 저희 광주 시민들은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지 모른다.”

회고록을 통해 광주 5ㆍ18 민주화운동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조영대 신부가 12일 이렇게 호소했다.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이기도 한 조영대 신부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광주 5ㆍ18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을 비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ㆍ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자로 나선 조비오 신부를 두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영대 신부는 이런 행위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전 전 대통령을 고소한 바 있다.

그는 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5ㆍ18 관련 왜곡된 사실을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도 강하게 비판했다. 조영대 신부는 김순례 의원 등 5ㆍ18 망언을 일삼은 소속 국회의원 징계 절차 등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당 행태도 지적했다. “태생적으로 전두환 군부 세력들과 동반했고 함께 태어났다”며 “그 때 동반했던 많은 분들이 지금 한국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5ㆍ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를 했다고 인정을 하게 되면 자기들 또한 거기 말려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두환의 만행에 대해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곧 그런 망언의 ‘못자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못자리에서 모내기에 쓸 모를 기르는 것처럼, 전 전 대통령과 역사적 행보를 함께 해 온 한국당이 과거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는 ‘망언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날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 법정에 있었던 조영대 신부는 “어제 처음으로 (전 전 대통령을) 앞에 두고서 보니까, 저도 사제이지만 인간인지라 손이 부르르 떨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며 잠시나마 치밀어 올랐던 감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형 홀로코스트법이 빨리 제정돼 역사를 왜곡하고 광주 시민에게 엄청난 모독을 가하는 것에 대해 마땅히 처벌을 가해야 한다”며 “5ㆍ18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