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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 사과 한 마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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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사격 관련 명예훼손 혐의 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다시 법정에 섰다. 자신이 쓴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썼다가 사자명예훼손죄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1996년 12월 12ㆍ12 및 5ㆍ18사건과 비자금사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이후 23년, 5ㆍ18민주화 운동이 발생한 지 39년 만에 광주에서 열린 역사적인 재판이었지만 전 전 대통령의 입에서는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이날 오후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공판 준비기일을 요구해 재판 장기화를 예고했다.
검찰은 이날 “5ㆍ18 당시 헬기사격 목격자(47명) 진술 및 주한 미국대사관 비밀전문, 지난해 국방부 5ㆍ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헬기 사격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고 조비오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점으로 비춰 범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고인 모두 진술에 나선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조비오 신부의 헬기사격 목격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피고인의 고의성도 없으며 △5ㆍ18 당시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사실관계는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나왔다. 정 변호사는 “5ㆍ18 당시 헬기에서 단 한 발의 총알이 발사된 적이 없다”며 “이 사안에 대해 사회적으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에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전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단기기억 상실증세를 보이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전 전 대통령이 자신에 유리한 진술이 나오자 동의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제319조를 근거로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 검토를 요구하기도 했다. 부인 이씨도 별도로 재판부에 재판에 임하는 느낌 등을 적은 편지를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전 전 대통령 측은 “5ㆍ18희생자들과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하라”는 시민들의 외침엔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했다.
하지만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카드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5월 3일 전 전 대통령을 기소한 뒤에도 계속 수사를 진행하며 ‘5ㆍ18 헬기 사격’에 대한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다음 재판을 4월 8일 오후 2시 공판준비기일로 진행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재판 때 증거 목록에 추가해 제출하기 위해 오늘 재판을 앞두고 증거 목록을 재판부에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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