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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광주행 가로막고, 폭언 퍼부은 보수단체들

입력
2019.03.11 09:53
수정
2019.03.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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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차림으로 연희동 자택 앞서 확성기 시위 “인민재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5ㆍ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자택에서 출발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은 이른 아침부터 경찰과 취재진, 재판 출석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보수단체 회원과 보수성향 유튜버들로 붐볐다.

오전 7시 30분쯤 전씨 자택 앞에 모인 자유연대ㆍ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성향 단체 회원 70여 명은 군복과 패딩 차림으로 ‘5ㆍ18 광주사태 내란 폭동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40년 전 일을 가지고 광주에서 재판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확성기로 “5ㆍ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를 공개하라” 등 5ㆍ18 광주민주화운동과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32분쯤 검정색 정장에 연한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자택에서 걸어 나와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탄 뒤 광주로 출발했다.

1995년 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집 앞 골목에서 ‘골목 성명’을 발표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 보수단체의 한 회원은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전 전 대통령 승용차 앞을 가로막았다가 경찰에 제지 당하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차량이 떠난 뒤에도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한 기자가 집회에 참석한 지만원 씨에게 “전두환을 아직도 영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격분해 폭언을 퍼부으며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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