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6명 중 1명은 법조인… 여의도 ‘법조당’ 커지는 우려

입력
2019.03.11 04:40

 298명 중 48명이나… ‘갈등 조정’ 대신 ‘법대로’ 사법 불신 원인 제공 될 수도 

제20대 국회 법조인_신동준 기자

“변호사협회 회장을 뽑는 선거 같았다.”

지난달 출범한 자유한국당 지도부 선출 과정을 지켜본 비(非)법조인 출신 초선 국회의원은 선거 기간 동안 받은 인상을 이렇게 촌평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황교안(검사)ㆍ김진태(검사)ㆍ오세훈(변호사) 후보가 모두 법조인이었고, 당권 도전을 저울질했던 홍준표 전 대표와 주호영 의원도 각각 검찰과 법원 출신이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의 나경원 의원이 이미 원내대표에 포진해 있고,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한 정미경 최고위원도 검사 출신이어서 판검사 출신이 한국당 지도부를 사실상 장악한 모양새다.

이처럼 ‘서초동’ 출신들이 주요 정당의 전면에 나서면서 국회 내 법조인 과잉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검사와 판사 출신이 당 지도부에 자리잡아 정치를 주도하면서 편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법에 호소하기 전까지 이해집단이 치열하게 맞붙는 국회 현장에서 ‘갈등조정’이란 정치의 고유기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10일 한국일보 분석 결과 20대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변호사는 48명(16.1%)에 달했다. 의원 6명 중 1명은 법조인이 차지한 셈이다. 검사 출신은 17명, 판사 출신은 9명이며, 순수 변호사는 22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체 의원 128명 중 변호사가 20명(15.6%)이다. 한국당과 비교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검사 출신은 금태섭 백혜련 송기헌 조응천 등 4명, 판사 출신은 추미애 진영 박범계 등 3명이다. 한국당의 경우 소속 113명의 의원 중에서 변호사는 17명(15%)이다. 검사 출신이 9명, 판사 출신이 5명으로 민주당에 비해 전관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부장검사와 검사장 등 검찰 간부 출신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황 대표 이전에 당권을 잡았던 홍준표ㆍ안상수 전 의원은 검사 출신, 황우여 전 대표ㆍ이회창 전 총재는 판사 출신이다. 바른미래당도 김관영 원내대표 등 6명이 사법시험을 통과한 의원들이다.

내년 총선을 준비중인 각 당의 예비후보자 중에도 검사나 판사, 변호사 출신들이 수두룩해 여의도에서 법조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종합편성채널이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평론가로 출연하는 변호사들이 선거철만 되면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검찰을 떠난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한국과 달리 일본에선 검사나 판사 출신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양국의 정치문화가 판이하고, 정년퇴임이 일반적인 일본의 법조계 풍토를 감안해도 한국 국회에서 법조인이 많다는 점은 쉽게 확인된다. 본보가 일본 국회 홈페이지와 일본변호사연합회 백서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일본 중의원(하원·임기4년) 465명 가운데 변호사는 24명으로 5.2%에 불과했다. 검찰 출신은 2명이고 판사 출신은 없었다. 참의원(상원·임기6년)의 경우에도 전체 242명 중에서 변호사는 13명으로 5.4% 수준이었다. 검찰 출신은 없었고 판사 출신은 1명이다.

우리 국회에 법조인이 많은 이유로는 입법기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꼽힌다. 국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현직 판사는 “국회가 법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법 해석이나 적용에 능숙한 법조인들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업무 부담이 적다”고 분석했다. 정치자금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워진 환경도 법조인들의 국회 진출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총선에 도전했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판검사들은 부유한 집안 출신이 많고, 퇴직 후 단기간에 변호사 활동으로 목돈을 쥘 수가 있어서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고 전했다.

다만 법조인 증가에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직종이 국회에 몰려 있으면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며 “선례가 만들어지다 보니 법조인들이 자꾸 국회 진출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검사나 판사처럼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에 몸 담다가 곧바로 국회에 입성하는 것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정치권 진출을 제안 받았다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심판 역할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면 현직 시절 내렸던 법적 판단에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 진출을 염두에 둔 검사나 판사가 많아지면 검찰이나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법논리와 정치는 영역이 다르다”며 “법대로 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여의도에서 대화나 타협 같은 정치의 고유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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