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방용훈 사장 부인 자살사건 재조명 “재수사해라”

입력
2019.03.06 11:39
수정
2019.03.06 11:42
구독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 이미란 사건 MBC PD수첩 방영 

MBC 'PD수첩'은 5일 방송에서 고(故) 이미란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MBC 'PD수첩'은 5일 방송에서 고(故) 이미란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부인 고(故) 이미란씨의 사망 전 음성과 유서 내용이 방송에서 공개되면서 재수사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이씨의 사망 사건이 재조명된 뒤 당시 논란이 됐던 검찰 봐주기 수사 의혹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친동생으로, 고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식사 자리를 마련한 인물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인사다.

MBC PD수첩은 5일 방송에서 이씨 죽음 관련 의혹을 조명했다. 이씨는 2016년 9월 한강변에서 투신자살했다. 인근에 세워진 차 안에서는 이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7장이 발견됐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사망 직전 자신의 오빠에게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냐”며 “겁은 나는데 억울함을 알릴 방법이 이것밖엔 없다”는 내용의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MBC 'PD수첩'에 출연한 고(故) 이미란씨의 가족들이 이씨의 사망 직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MBC 'PD수첩'에 출연한 고(故) 이미란씨의 가족들이 이씨의 사망 직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MBC 방송화면 캡처

유서에는 남편인 방 사장에게 학대당했다는 고백과 자녀에 의해 사설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서에서 이씨는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지냈고, 강제로 끌려 나와 내쫓긴 그 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망 열흘 전 이씨의 자택으로 사설 구급차가 왔고 자녀들이 강제로 이씨를 차에 태우려다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씨의 가족은 방 사장과 그의 자녀들을 고소했다. 이후 경찰은 자녀들에 대해 공동존속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를 강요죄로 변경해 기소했고, 자녀들은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상처를 보면 상해에서 단순 강요로 죄가 바뀐 게 의아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방용훈 사장은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부인을 강제로 내쫓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방용훈 사장은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부인을 강제로 내쫓았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MBC 방송화면 캡처

방 사장은 PD수첩 제작진에게 “뭘 알고 얘기를 해야 한다. 부인이 죽고, 이모가 고소를 하는 것이 상식이냐. 할머니가 애들을 고소하는 이유는 왜 안 따져보냐. 나는 사람하고만 말하고 싶다. 그 상황을 판단해보면 모르겠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씨의 죽음 이후 방 사장의 무단침입 사건도 거론되고 있다. 그해 11월 방 사장과 그의 아들은 이씨 언니의 집으로 찾아가 빙벽 등반용 장비와 돌을 들고 위협을 가했다. 당시 그는 처형이 부인 죽음에 대한 루머를 퍼트렸다고 생각해 항의하러 집을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방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이씨 언니의 항고로 재수사를 진행해 2017년 방 사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방 사장은 이 사건과 관련, 방송에서 “그냥 아무 사건도 아닌 거, 이모부가 고소할 줄 (누가) 알았겠냐”며 “이게 보통 평범한 집안 같으면 이 일은 사건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방송의 여파는 상당했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6.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면서 올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씨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며 철저한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쏟아졌다. 한 청원인은 “우리가 사는 사회, 그리고 내 자녀가 사는 사회가 정의로울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같은 사건으로 또 다시 국민이 분개하지 않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