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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공유 SNS 앱으로 특수교사와도 소통하고 싶어요”

입력
2019.02.19 04:40
28면

 [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17> 특수교사와의 소통 

교육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클래스팅’이라는 앱이 있다. 지난해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자 담임선생님이 “학부모는 클래스팅에 가입하라”는 알림을 보내왔다.

스마트폰에 앱을 새로 깔아야 한다니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다. 그런데 가입해서 보니 신세계다. 알림장을 매일 이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딸이 알림장을 써오긴 했지만 짝꿍이랑 장난치느라 글씨가 날아다닐 때도 많았고 알림장을 안 가져온 날도 있었다. 그런 날도 안심. 나에겐 담임이 보내준 모바일 알림장이 있다. 준비물도 미리 챙길 수 있었고, 사진도 볼 수 있었다. 담임이 종종 올려주는 사진들을 보며 나는 딸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있는 걸 알았고, 절로 웃음이 났다.

꼭 클래스팅이 아니라도 학교생활을 공유하는 SNS 앱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앱을 전국의 특수교사들도 활용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SNS 활용이 대중적인 일반 학급과 달리,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선 앱을 사용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히려 특수교육 현장이기에 이런 방식을 더더욱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특수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SNS 앱은 알림장 그 이상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소통’이다.

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삽화=김경진기자
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삽화=김경진기자

 ◇알 수 없는 특수학교 생활 

쌍둥이(비장애인 딸, 발달장애인 아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크게 느꼈던 순간이 있다. 쌍둥이 친구들의 이름과 관련해서다. 3월이 지나자 나는 딸 반의 친구들 이름을 반 정도 외웠다. 4월이 지나자 반 전체 구성원의 이름과 얼굴이 모두 뇌리에 저장됐다. 이젠 척하면 척이다. 그런데 아들의 경우 한 학기가 지나도록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는 친구가 5,6명에 불과했다. 반 전체 명단이 있긴 했지만 누가 누구인지 각인될 만한 매일 일상의 이야기 등을 전해 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명단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올해 4학년이 된 아들은 아직 말을 못한다.

아들이 말을 하지 않으니 아들의 학교생활을 알 수 있는 창구는 어른들이다. 주로 교사들에게 학교 소식을 전해 듣지만 다른 학부모에게 듣는 얘기도 큰 도움이 됐다. 비장애인 친구들이 집에 가서 아들에 대해 얘기하면 그 엄마들이 내게 전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특수학교로 전학하니 이런 기회가 사라졌다. 같은 반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답답하긴 그 엄마도 마찬가지다. 본인 자식도 말을 안하고 못하니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들은 특수교사로부터 많은 얘기를 듣고 싶다. 교사가 말을 해주지 않으면 자식의 학교생활은 베일에 감추어지게 된다.

 ◇요구하는 엄마만 특별대우? 

많은 엄마들이 특수교사에게 ‘요구(부탁)’를 한다. 그 요구에는 우리 아이의 특성은 이렇고 저러하니 어떻게 해주길 바란다는 구체적 사항도 있지만, 오늘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고 그럴 때 어떤 반응이 나왔고 일상생활은 어떻게 꾸려갔는지 알려달라는 요구도 있다.

궁금하니 물을 수밖에 없다. 학교와 가정이 소통하지 않으면 학교 따로, 집 따로 교육이 ‘분리’된다. 안 그래도 더딘 장애 아이들의 발달은 제자리 걸음이 될 수도 있고 때론 퇴행할 수도 있다. 학교와 가정이 소통해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요구한 엄마의 아이만 교사가 챙겨주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특수교사 입장에선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관심 정도를 보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교사는 한 명인데 학생은 6명 아닌가. 우는 아이 젖 준다고, 유독 많이 요구하고 아이 교육에 신경 쓰는 학부모가 있으면 그에 맞춰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교사들의 하소연도 종종 들린다.

초보 엄마 시절 나는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아들은 매일 학교에서 단체로 나눠준 프린트물을 가방에 넣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에도 계속 ‘요구’를 했던 한 엄마는 매일 특수교사와 알림장 노트를 교환하고 있었다. 특수교사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적었고, 엄마는 집에서 일어난 일을 적었다.

훗날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언젠가는 작정을 하고 요구를 해봤다. 극성 엄마가 되어 이것저것 요구했더니 이번엔 또 우리 아들만 챙겨주는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좋았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만 따로 챙김을 받는다는 건 그동안 누군가가 소외된다는 얘기다. 이것은 결코 정답이 아니다. 무언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따로 요구하지 않아도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소통이 되면서도 누군가만 특별대우 받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작은 수고, 소통의 시작 

장애 아이 엄마들과 만나면 특수교사 얘기도 나누게 된다. 그 중에는 올해 특수교사를 아주 잘 만났다며 좋아하는 엄마들이 있다. 얘길 들어보면 매일 알림장에 그날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빼곡하게 잘 써서 보내주는 교사가 좋은 특수교사다.

하지만 이 점을 알아야 한다. 알림장은 하교 전, 즉 수업시간에 작성한다는 사실 말이다. 특수학교 교사의 경우 학생들이 음악이나 체육 등의 교과목을 배우러 교실을 떠나 있을 때 작성할 수도 있겠지만 교과 시간이 매일 오후마다 있는 건 아니다. 어느 때고 알림장을 작성하기 위해 수업시간을 할애해야만 할 때가 있다.

달리 생각해 보면 특수교사가 엄마들과 소통하기 위해 정작 수업시간엔 학생들을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빼곡한 알림장이 학생 개개인별로 채워질 동안 학생들은 교사의 눈길에서 떠나 있게 된다.

하교 후에 전화를 걸어 특수교사와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 모두가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 특수교사는 그만큼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교사는 학생들이 하교한 후에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전화라는 수단을 ‘일상의 소통’이 아닌 개인적이고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를 위해 남겨두고 싶은 이유다. 엄마들한테 신경 쓰느라 진을 빼는 대신 학생들을 위한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방법을 달리 해봤으면 좋겠다. 비장애 학생들이 그러하듯, 하교 후에 SNS로 소통을 해보자는 것이다. 카톡 등을 이용한 개별소통도 좋지만 그보다는 공개된 모바일 알림장을 통해 모든 학부모가 함께 보고 반 전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교사도 편하고 학부모도 소통의 갈증이 해소된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티타임, 한 잔의 소통 

모두가 함께 하는 티타임도 제안하고 싶다. 아들이 1학년 때 특수교사는 학기별로 한 번씩 특수반에서 학부모 티타임을 주선했다. 그 자리에는 특수반의 모든 학부모와 특수교사, 실무사, 공익근무요원까지 참석해 다과를 먹으며 함께 얘기를 나눴다.

지금 돌아보니 굉장히 소중한 자리였다. 부모 입장에선 실무사와 공익근무요원 등의 이야기까지 들어볼 수 있었고, 학교 종사자들 입장에선 학부모 개개인을 알게 되면서 학생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자리였다.

특수교육 현장에선 소통의 문제가 중요하다. 장애 당사자가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평소 소통이 없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학부모와 학교 간 불통으로 많은 오해와 불신이 쌓이기 십상이다.

SNS 알림장과 티타임, 그리 큰 수고가 드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작은 수고를 시작함으로써 큰 소통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면 기꺼이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을까? 서로 간의 소통만 잘 되면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류승연ㆍ작가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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