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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5년 기다린 인도네시아 ‘리턴 매치’... 종교보다 경제에 달렸다

입력
2019.02.14 19: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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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 인도네시아 대선

지난달 17일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자카르타에서 열린 TV토론 후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자카르타에서 열린 TV토론 후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게린드라당 대표가 4월 17일 대통령 선거에서 5년 만에 다시 맞붙는다. 2014년 대선에서 53.2% 대 46.8%로 진땀 승리를 거둔 조코위 대통령이 우세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프라보워의 기세도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도 널뛰기를 거듭한다. 투표함을 열어 봐야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에는 종래 선거와 다르게 하원 총선과 지방선거가 같이 열려, 인도네시아 정치권이 요동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권자 수만 해도 1억8,508만명에 달한다.

◇무슬림 표심 어디로 쏠릴까

서민 출신 조코위 대통령은 자유와 개혁을 표방하는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무슬림이 다수를 이루는 인도네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이슬람 색채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단점을 덮기 위해 조코위 대통령은 부통령 러닝메이트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이슬람 학회 조직인 울라마 협의회의 마루프 아민 전 회장을 낙점했다.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된다. 조코위를 두고 중국계 기독교인이라는 ‘가짜 뉴스’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있다.

무슬림 보수파가 선호하는 프라보워 후보는 반대로 진보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했던 수하르토 정권에서 군 고위 장성으로 복무하며 인권 탄압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그 원인이다. 게다가 수하르토의 딸과 결혼하기까지 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프라보워를 지지할만한 부분이다. 강경 보수 이미지를 중화하기 위해 프라보워는 젊은 기업가 출신인 산디아가 우노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청년층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17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마루프 아민 부통령 후보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1월17일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마루프 아민 부통령 후보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인적 개발” 꺼내 든 조코위

조코위 대통령은 ‘전진하는 인도네시아’를 이번 선거 구호로 내놓았다. 조코위 대통령 측은 11일 38페이지 분량의 공약집을 공개했다. “상호 협동에 기반한 주권과 자유”를 목적으로 하는 9개 계획도 발표했다. 2014년 대선 공약의 재탕이란 평가 속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도 있다. ‘인적 개발’을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이다. 환경 문제를 고려한 듯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과 위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조코위 정부가 자랑하는 국가 의료보험의 보장 영역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스마트 인도네시아’ 사업도 지속하기로 했다. 저개발 지역의 빈곤 계층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산업 영역과 교육과의 관계도 재정립을 시도한다. 일자리와 구직자 간 미스매치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조코위의 공약 중 하나다.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디지털 경제’를 내세웠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특별 경제 구역과 산업 구역을 만드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 500만명에 이르는 저소득 노동자층과 경찰ㆍ군인 대상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산업 4.0’ 청사진을 발표했다. 자원 개발 정책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목적이 담겼다. 물류 산업을 발전시키고 연구 개발을 위한 혁신 센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코위의 목표다. ‘국민을 위한 경제’를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이 외에도 조코위 측은 국가 정체성 확립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켜 관광 산업과 음악ㆍ영화 등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것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도 포함됐다. 종교와 문화 등 인도네시아 내부 갈등 요소를 조정하는 것도 공약에 담겼다.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대통령 후보와 산디아가 우노 부통령 후보가 지난 1월 17일 TV토론을 앞두고 토론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카르타=EPA 연합뉴스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대통령 후보와 산디아가 우노 부통령 후보가 지난 1월 17일 TV토론을 앞두고 토론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카르타=EPA 연합뉴스

◇프라보워 “경제 우선” 청사진

이에 앞서 프라보워 측도 지난해 12월 7가지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프라보워의 슬로건은 “공정하고 번영하는 인도네시아”다. 프라보워는 일자리 창출을 우선 목표로 내걸었다. 이른바 ‘사람 중심 경제’ 구상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농업 분야와 비도시 지역에서의 성장에 초점을 뒀다. 경제 발전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내밀었지만 방점은 농어업 등 1차산업 종사자에 찍히는 모양새다. 프라보워는 공약집에서 “농림수산업과 낙농 등 분야에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량 및 에너지 주권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프라보워 측은 200만㏊에 달하는 토지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쌀과 콩 등 식량 공급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인도네시아 헌법 33조에 따라 채광 및 석유 산업을 활성화 하는 데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프라보워 측은 ‘백색 혁명’ 계획을 제시하며 낙농 및 어업 생산 확대에도 주력할 생각이다.

국영 기업체에 메스를 들이 댈 계획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국영기업들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됐지만 프라보워는 천연자원 거래 및 가공 과정에서의 낭비를 줄이는데 목적을 뒀다. 노동계급의 표심을 잡을 공약도 내밀었다. 외국인보다는 자국 노동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법을 개정해 공공 오토바이와 오토바이 택시를 만들 계획도 내놓았다. 노동계급과 저소득층의 이동수단 확충을 노린 전략이다.

◇ 경제가 표심 결정할 듯

결국 문제는 경제다. 2014년 선거 당시 위도도 후보는 임기 말까지 연 7%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 5년간 경제 성장률은 5%대에서 횡보하는 중이다. 1997년 동남아를 강타한 경제위기 이후 인도네시아는 외국 자본에 자산을 팔아 넘겨야만 했다. 그 상황을 기억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런 성과다. 조코위 대통령이 노동자 임금 상승 등의 행보를 펼쳤다곤 해도 제조업계에 큰 부담을 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 후보 둘 다 국가발전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친기업적 행보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종교 문제는 대선 결과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대다수다. 하지만 두 후보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의 방향이 다른 만큼, 이번 대선 결과는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미래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시행되는 만큼, 유권자들의 동조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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