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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베 총리, 중국어로 첫 신년 인사… 中 향한 전세계의 구애

입력
2019.02.06 16:18
수정
2019.02.06 18:4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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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저녁 중국인들의 음력 설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저녁 중국인들의 음력 설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여러분, 설 잘 쇠세요. 아베 신조입니다(大家 过年好 安倍晋三です).”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저녁 중국 관영 CCTV에 등장했다. 서툰 중국어로 짧은 인사를 건네며 중국의 설인 춘절(春節)을 축하했다. 문장 끝은 일본어로 끝나긴 했지만 현직 일본 총리가 중국 국민을 상대로, 그것도 중국어로 신년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낸 건 전례가 없다. 지난해 이맘때 아베 총리가 신문 지면에 축하의 글을 게재해 중국인들의 신년을 축하하는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처럼 달라진 태도에서 일본이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 비위 맞추기에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동영상에서 “중일관계는 완전히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자화자찬을 해야 할 정도로 양국관계가 한때 험로를 걸었던 탓이다.

특히 올해 일본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중국 변수는 의미가 적지 않다. 일본이 처음 주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데, 동북아의 경쟁자인 중국 리스크를 무난하게 관리하면서 양국 간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만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한데 모을 수 있다. 러시아와의 북방 영토 반환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미국과 북한마저 비핵화 직거래에 나서면서 아베 정권이 내세울 외교적 성과는 딱히 없는 실정이다. 아베 총리가 중국인들을 향해 굽실거리는 듯 모습을 감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내에서는 “너무 속보이는 동영상”이라는 반응도 없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아베 총리로서는 성의를 다한 셈이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본 외에도 각국은 앞다퉈 중국을 향한 신년 인사로 구애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新年快乐)’라고 중국어로 트윗을 올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5일(현지시간) 같은 내용의 신년 인사를 홍콩에서 사용하는 광둥어로 전하며 동영상을 통해 중국인들의 새해를 축하했다. 영국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영상 축하 메시지와 함께 총리 관저 앞에 설을 기념하는 춘롄(春聯)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음력 설을 축하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보낸다”며 간접적으로 중국의 설 맞이에 동참했다. 그나마 메시지 분량도 지난해의 절반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어 인사를 포함한 동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지만 올해는 건너 뛰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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