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말 치료하고 매각 대신 분양… 국립공원공단 관리 지침 바꾼다

입력
2019.02.07 14:30
수정
2019.02.07 19: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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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비로봉(암컷)과 문장대(수컷) 사이에서 태어난 묘봉.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2008년 비로봉(암컷)과 문장대(수컷) 사이에서 태어난 묘봉.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국립공원공단이 속리산국립공원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기마순찰대(본보 1월 19일자 7면)의 관리방침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공단은 1999년부터 속리산국립공원에서 기마순찰대를 운영하면서 병들거나 훈련이 필요한 말을 치료나 교육하지 않고 바로 폐마(매각)해왔고, 육용으로 팔려도 전혀 제재할 방법도 없었다.

국립공원공단이 6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립공원 기마순찰대 마필 관리개선’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말 도입부터 운영, 폐마에 이르기까지 동물복지를 고려한 운영지침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도입할 때부터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기증 받거나 구매한 말들이 몇 달 만에 폐사하거나 훈련이 안돼 매각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말 전문가, 전문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마필관리 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 도입 시 건강상태, 훈련 정도 등 기마순찰대에 적합한지 판단한다는 것이다.

또 응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치료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마사회 권역별 거점수의사와 충북 보은군 기마순찰대 소재지 주변 유관기관 등을 주축으로 응급치료 네트워크도 구축키로 했다. 기마순찰대원이 항시 상주해 24시간 보호 관리체계도 마련했다.

질병에 의해 더 이상 말을 순찰대에서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매각이 아닌 무상분양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무상 분양 전까지 치료를 실시하고 분양 시에는 분양목적, 사육환경시설 현장 확인 등을 심사해 대상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정미 의원은 “지난 20년간 방치되어 오던 기마순찰대의 운영지침이 동물복지를 고려해 전면 개선되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자연공원법상 ‘동물원’을 국립공원 내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해 기마순찰대를 폐지하고 종복원과 생물다양성 추구 등 공단 본연의 임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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