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재판불복’ 부메랑, 여권 때리다

‘김경수 재판불복’ 부메랑, 여권 때리다

입력
2019.01.31 18:53
수정
2019.01.31 22:00
1면
구독

 “양승태 사단의 보복” 사법부와 전면전… 보복성 재판 근거 제시 못해 

 “삼권분립 훼손” 與 내부서도 비판… 전문가 “집권세력이 제도 불신 키워” 

더불어민주당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이 31일 오후 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집권여당의 이례적인 ‘재판 불복’ 선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판결을 보복성으로 규정, 사실상 사법부와 전면전을 선포하자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아닌 사법부 개혁을 위한 비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에서조차 삼권분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여전히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이 사법개혁을 반대하는 법원 내 세력의 보복이라는 전날 지도부 입장의 연장선상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법적ㆍ정치적 정통성을 건드린 이번 판결이 여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민주당이 보복성 재판이라고 규정한 명확한 근거 제시를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 위원장인 박주민 최고위원은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삼권분리 위반 논란을 의식한 듯 “재판부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라고 설명했지만, 집권여당이 자의적 판단으로 사법 불신을 앞장서서 조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집권세력이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운, 근시안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마치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의해 판결을 마음대로 한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몰아붙였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보복성 판결이라고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해도 삼권분립에 의해 일단 수용을 하고 항소심 등의 절차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판결이 보복성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해법 없는 장기전을 자초한 것은 책임 있는 여당의 태도가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 지사는 법정 구속되면서 구치소 호송버스로 걸어 가고 있다. 배우한 기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번 대응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만만찮다. ‘김경수 구하기’가 자칫 사법부 전체와 대립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사법개혁을 위한 조직을 꾸릴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인 판결을 계기로 대책위를 만들어 대응한 건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이라며 “지지층의 격앙된 감정을 대변한 것이라 해도 남은 재판이나 여론 대결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재판 결과가 의심스럽다면 법리적으로 따져서 항소심에서 다툴 일이지 당이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다”면서 “판사가 헌법과 법률, 양심을 근거로 판단을 한 판결에 대해 사적 관계를 운운하며 비난하고 사실상 불복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상황을 꼬이게 한 심각한 자충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에서도 정치권이 특정 사건만으로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일부러 훼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판사가 유무죄를 놓고 개인적ㆍ감정적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보복성 판결이라는 여당의 주장은 너무 인격모독적인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검사 시절 성창호 부장판사와 치열하게 다투는 재판을 해 본 적이 있었지만, 그가 근거도 없이 증거도 없이 판단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원 판결은 존중되어야 하며, 판결 불복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항소심에서 논리와 증거로 다투어야 한다”며 정치권의 냉정과 자제를 당부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