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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유죄에… 검찰 ‘백원우 직권남용’ 수사 동력 확보

입력
2019.01.31 17:53
수정
2019.01.31 23:20
4면

법원 “드루킹 측 인사검증 문제 소지”… 검찰 수사 재개

드루킹 인사청탁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드루킹 인사청탁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주성 기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의혹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법원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댓글조작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상,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에 연루된 백 전 비서관 역시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31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앞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백 전 비서관이 김 지사의 부탁으로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달라”고 청탁한 도두형 변호사를 직접 면담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지사는 이와 관련 백 전 비서관에게 “드루킹 측으로부터 반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고, 특검은 백 전 비서관이 직접 나서 드루킹 일당에 대한 경찰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뚜렷한 혐의나 단서를 잡지 못한 특검은 검찰로 사건을 넘겼고 검찰도 백 전 비서관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의 뚜렷한 근거나 증거를 확인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김 지사의 판결을 계기로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분위기다. 재판부가 백 전 비서관의 행동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동안 김 지사는 “국민추천제의 일환으로 도 변호사를 백 전 비서관에게 순수하게 추천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와대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이 추천 대상자인 도 변호사에게 연락해 이유를 물어본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김 지사의 추천이 국민추천제를 통한 인사 추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판시했다. 도 변호사에 대한 인사검증이 통상 절차와 달랐고, 전후 상황을 비춰봤을 때 “김 지사의 총영사 추천 제안은 공직선거법상 ‘이익 제공의 의사표시’에 해당된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이에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신응석)는 1심 판결문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지사의 추천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면, 그의 추천과 부탁을 실행한 백 전 비서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될 법적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법리검토를 시작으로, 백 전 비서관이 청와대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을 주도했는지, 경찰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행사했는지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법처리 방향이 대략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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