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깊어진 불신ㆍ불만… 경사노위 ‘반쪽 가동’ 길어질 듯

입력
2019.01.29 18:00
수정
2019.01.29 23:4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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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탄력근로제ㆍ최저임금 개편 등 불만

靑 “사회적 대화 가야할 길” 민주노총 불참 비판

28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회의 중 회의가 길어지자 일부 대의원들이 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한호 기자
28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회의 중 회의가 길어지자 일부 대의원들이 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한호 기자

28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참여가 무산되면서 연초부터 비틀거리던 노정관계는 급격히 경색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를 대표해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 산하 위원회(노동시간제도위원회, 노사관계개선위원회) 회의 불참을 선언, 온전한 사회적 대화 활성화에 공을 들여온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암초에 부딪힌 모양이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가 불발된 원인으로 노동계는 정부의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강행을 꼽는다. 하지만 정부는 더 이상은 양보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은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민주노총을 비판하면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예정된 일정에 맞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2대 핵심쟁점인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2월 국회 일정에 맞춰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 때문에 노동계는 정부가 2대 핵심쟁점을 경영계의 입맛대로 끌고 가고 있다며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관련 법안을 2월 국회에서는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사회적 대화에서 이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지난해 12월 탄력근로제를 논의할 노동시간제도위원회를 만드는 데 참여한 것은 그래도 함께 논의해 방안을 찾아보려는 의지 때문이었다”면서 “하지만 결국 정부 입맛대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무산 결정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이날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초심에서 멀어지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경사노위에 대한 현장노동자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민주노총의 경우 대화파인 김명환 집행부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으면서, 참여 반대파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총파업, 투쟁 노선을 선택하자는 내부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할 동력 역시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게 안팎의 평가다.

몰론 사회적 대화 창구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에 경사노위는 31일 열릴 예정이었던 노사관계개선위 회의를 연기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민주노총과 다양한 채널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겨뒀다.

사회적 대화가 좀처럼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사회적 대화의 틀을‘합의’가 아닌 ‘협의’체로 만들어 노동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는 “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정치적 입법 사안을 노사합의에 맡기면 노동계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입법사안은 국회가 책임지고 다른 과제를 노사가 협의해 나가도록 사회적 대화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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