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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합숙 훈련, 반세기 만에 사라진다

입력
2019.01.25 15:08
수정
2019.01.25 18:3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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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문체부 장관(오른쪽부터)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합동브리핑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종환 문체부 장관(오른쪽부터)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합동브리핑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근 50년간 한국 엘리트 체육의 산실로 여겨졌던 합숙 훈련이 사라진다. 정부는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3개 부처 합동으로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한국 스포츠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될 ‘스포츠혁신위원회(가칭)’ 주도로 엘리트 중심이었던 스포츠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시사하면서 첫 번째로 합숙 훈련 폐지를 언급했다. 현재의 학원 합숙 시스템은 1970년대 초반 국가적 스포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체육특기자 제도’ 도입 이후 고착됐다. 지난 2003년 천안초교 합숙소 화재로 9명의 어린 학생들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한 차례 폐쇄에 나섰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계 미투가 확산되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제정된 학교체육진흥법 11조 3항의 ‘학교의 장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및 신체적ㆍ정서적 발달을 위해 학기 중 상시 합숙훈련이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와 2013년 개정된 11조 4항의 ‘학교의 장은 원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선수를 위하여 기숙사를 운영할 수 있다’도 ‘강제’나 ‘금지’ 조항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지도자들과 학교에선 “전국체전 등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대학에 보내려면 집중훈련 방식을 포기하긴 어렵다”는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소년체전을 폐지하고 전국체전 고등부와 통합해 학생선수, 일반학생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함양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학생체육축제 형식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면서 "소년체전 및 학교운동부 개선과 병행해 대학입학 체육특기자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교육계와 체육계가 함께 세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육성 패러다임이 바뀌면 나아가 향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도 장관은 “반복되는 체육계 비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더는 국위 선양에 이바지한다는 미명 아래 극한의 경쟁 체제로 선수들을 몰아가고 인권에 눈을 감는 잘못이 반복돼선 안 된다. 체육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합숙 훈련 폐지 외에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 육성을 위해 대한체육회로부터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국제대회 우수 선수와 지도자에게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과 병역특례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아울러 국가대표 선수촌도 경기 단체별로 이용하고 생활체육인들에게까지 전면 개방할 예정이다. 도 장관은 "스포츠 가치를 국위 선양에 두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며, 최선을 다해 뛰고 달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결과에 승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에 두겠다"고 덧붙였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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