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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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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3인 좌담]
반영항목 너무 많고 외부 개입 가능성… 불확실성이 불신 키워
수상경력ㆍ자기소개서 폐지하고 부담 큰 수행평가 양 줄여야
입시지옥 아이 고통 그린 ‘SKY캐슬’에 사교육 상품만 더 주목
드라마 ‘SKY캐슬’의 흥행을 추동하는 소재는 입시다. ‘합격자의 포트폴리오’나 ‘무서운 게 없는 입시 코디’라는 값비싼 열쇠가 없이는 그 어떤 합격도 담보할 수 없다고 믿는 건 비단 등장인물뿐이 아니다.
쏟아지는 시청 반응의 행간에는 ‘나를 이토록 괴롭히는’ 대한민국 입시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도사리고 있다. 이는 곧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적대감이기도 하다. 적잖은 이들에게 학종은 △못 믿을 내신을 기반으로 하며 △3년 내내 내신관리로 아이들을 괴롭히고 △온갖 수상경력은 이미 잘하는 아이에게 몰아주며 △부모가, 특히 직업 없이도 돈이 많은 부모가 함께 뛰어야 성공하는 전형이다.
도입 취지는 ‘결과를 중시하는 주입식 교육 말고 과정을 돌아보는 교육과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학종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을까. 이는 온당한 평가일까. 학종에서 남겨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치열하게 우리 교육과 입시의 문제를 고민해 온 김영식 좋은교사운동(이하 좋은교사) 공동대표,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 정책국장, 윤상준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등 교육전문가 3인을 함께 만나 물었다. 좋은교사와 사걱세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통해 학종에서 수상경력과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반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역대급 ‘학부모’ 화제작인데.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이하 구)= 관련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다.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드라마의 문제의식에 좀 주목하자는 거다. 액세서리가 아니라. 강요된 사교육과 공부로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받는 지를 말하고 있는데 ‘아, 저런 방법도 있었어?’한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이하 김)= 작가는 분명 그런 문제의식들을 보여주고 있다.
구= MSG(조미료)에 주목하는 거다. 요리를 줬는데.
윤상준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윤)= 급하게 11, 12화를 보고 왔는데, 학부모 입장에선 말로만 듣던 게 시각화되니까 ‘정말이었네’라고 할 수 있겠다 싶다.
구= 그런 코디가 현실에 있으면 불법이다. 개인 과외 교습자로 등록해야 한다. 교습비 분당 단가 기준을 무시하고 억대를 받는 자체가 불법이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그렇다.
구= 개인 오피스텔을 업장으로 한 불법 고액 개인과외 교습자다. 드라마를 위해 그걸 보여주는데 ‘어? 저건 어떻게 하는 거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이상한 거다.
김= 시험지 유출도 하지 않나.
구= 공교육에서 생성된 개인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쟁자의 모의고사 등수 등. 인맥을 통해 빼돌렸다고 해도 심각한 거고. 알면 보인다고, 전반적으로 이 코디의 행동엔 불법 소지가 넘친다.
윤= 그렇게 보니 심각한 범죄 드라마다.(웃음)
구= 알다시피 대치동이 극 상류층 거주 지역은 아니다. 선대가 부동산은 없지만 본인이 전문직이거나, 중산층인데 교육을 위해 무리하게 들어갔거나. 이런 계층이 80~90%라, 부모들의 사교육 소비는 생각보다 합리적 선에서 이뤄진다. 방송 이후 ‘실제가 더했으면 더하다’라는 반응도 있는데 업계를 잘 모르는 얘기다.
윤= 그런 말은 혹세무민 같다.
-재미를 위한 극적 장치일 텐데.
구= 내용 전개를 위한 건데 거기만 주목을 하더라. 비슷한 양상이 있긴 하다. 학원 교습과목에 컨설팅이 있다. 그래 봐야 서울에 등록된 게 약 70곳, 그중 50곳이 대치동, 10곳이 목동이다. 전국적으론 ‘남들은 다 저렇게 했는데 나는 안 했구나’라고 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그 컨설팅도 현실에선 서비스로 해주고 돈 못 받는 학원들이 더 많다.
김= 게다가 대학 측에선 이렇게 ‘만들어진 애들은 다 걸러진다’고 확신하고 있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 과정에서 대학들이 가장 억울해한 부분이 이거다.
구= 철저히 만들어진 아이들은 돌발적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약하다. 평소 자질이 있는데 사교육 도움까지 받아 합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교육 빨’ 이었다고 홍보하는 것일 뿐. 제가 학원을 해봐도 애당초 ‘될 아이가 우리 학원에 와줘야 땡큐다’ 이런 거다.
김= 극 중 ‘예서’도 보면, 그냥 뒀어도 어지간히 대학을 잘 갈 아이다.
구= 안 들여도 될 비용을 굳이 지출한 거다. 100%를 보장하기 위해. 어쨌거나 드라마 자체는 우리 사회의 난상을 두루 말한다. 신분세탁부터. 적폐의 가정판이다.
윤= 저도 가서 앞에서부터 좀 봐야겠다.(웃음)
구= 1화부터 나오지 않나. 심각한 입시 경쟁 속에서 부모의 생각으로 사교육을 주입한 결과. 결국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는 씁쓸한 양상 아닌가. 그나마 ‘영재’처럼 자기 인생 찾겠다고 독립선언을 하면 다행이다. 지금도 매년 수백 명의 친구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다. 강남, 목동, 분당 할 것 없이 중2, 중3 학생들의 자해 행동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 사회가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범국민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점 아닌가 싶은데, 주된 반응을 보면 극에 나오는 ‘사교육 상품’에 너무 집중한다.
-흥행 주 배경이 ‘학종 불신’ 같다.
구= 최근까진 사실 학종 논의에 관해선 개점휴업 같은 상태였다. 공론화위 과정 이후 대입제도개편안발표가 나온 만큼 그 뒤에 단기적으로 다른 요구들이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도 있었다.
김= 학교 선생님들 얘길 들으면 공론화위 이후에 학종 불신이 오히려 더 커진 느낌이 강하다고 한다. 예전엔 학교 교육활동이고 기록이 된다는 정도로 여겼다면 언론을 통해 워낙 불신 상황에 주목되다 보니 증폭된 느낌이 있다. 불신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은 말 그대로 특이사항이 있는 학생만 채워 넣는데 ‘왜 내 아이 것엔 아무 내용이 없냐’ 등의 항의도 있다.
윤= 그간 학부모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교사들이 접한 것 같다. 물론 ‘이 정도까지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고 싫어하고 있었나’라고 놀라고 지친 점도 있다. 학종 도입 이후 교사들로서도 더 많은 활동을 준비, 진행해왔는데 ‘제대로 교육해보자’, ‘좋은 대학에 진학시켜보자’라는 마음이 분명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이를 교사의 권력화와 연결 짓는다는 걸 알게 됐고, 실제 다양한 부정행위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학교 현장을 보면 교사들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신뢰 하락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구= 수업을 준비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학생이 임하는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는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너무 많은 항목이 입시에 반영되다 보니까 여러 왜곡 현상, 부작용이 드러난다. 기록 자체가 왜곡되기도 하고 입시 과정에서 뒤틀리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 관점에서는 불공정, 부정으로 보일 법하다.
-공론화로 불붙고 드라마로 폭발했나.
김=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보고 놀란 게, 과거에는 주변에서 ‘어떻게 애들을 저렇게 경쟁시킬 수 있냐’, ‘비인간적이다’는 식의 정서가 많았다. 이번(드라마)엔 학종 그 자체가 주목받고, ‘그래서 학종은 없어져야 하고, 정시가 늘어나야 해’라고 가는 걸 보면서 사회 분위기에 큰 변화가 있다고 느꼈다.
구= 사교육 받지 않은 아이(우주)와 받은 아이(예서)가 동시에 학업 성취도가 높은데 다들 사교육을 받은 아이에 감정을 이입한다. 부모로선 뭔가 해주고 싶은데 택할 방법이 결국 물량 공세라는 식의 채무 의식이 환기되는 거다. 작가는 비교육적인 양태, 부모의 욕망이 자녀에게 맹목적으로 관철됐을 때, 자녀의 무의식을 관통할 때, 이 비극이 가정 내에서 어떤 양상으로 벌어지는지를 1화에서부터 명확하게 제시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김= 맞다. ‘저렇게 해야 하는 거야?’로 나간다.
구= 우리 사회가 너무 불평등한데 특정 계층은 그나마 있는 룰과 관습도 깨트리고 탑의 상위 자리를 차지하는 적폐가 심화하다 보니 국민의 정서에는 ‘그나마 있는 객관, 공정의 경쟁 루트라도 내버려 둬라’는 인식만 남은 게 아닐까. 그렇게까지 치열하지 않아도 안전하고 든든하다면 달랐을 거다. 아이의 건강권, 수면권을 다 빼앗아서라도 특정 지위를 갖게 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이 되리라는 신호에 온 국민이 불안해하는 우울한 사회다.
윤= 대학에서도 학교에서도 경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지 않았나. 완전히 고착됐다. 마치 과거에 공부 잘하는 애를 반장 시키는 게 당연했던 시절로 회귀한 것 같다.
-학종은 일단 예측이 어렵다.
윤= 불신의 상당 부분이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서류를 이렇게 내면 합격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예전 학력고사, 수능 때 배치표 위에 딱 자를 대고 ‘넌 여기 가’라고 말하던 시절이 아니다. 학종 상담은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 규칙도 공식도 없다. 나와 있는 건 학원에서 분석한 ‘카더라 통신’뿐. 이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하던 찰나에 부정행위, 주관적 판단 등 외부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신이 늘어난다. 또 금수저 전형이라는 판단이 많다. 개인적으론 어떤 입시와 전형이든 부유한 사람들에게 유리하지 않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학종은 특히 대필 등 외부 요소 개입 가능여지가 많다는 불신이 뚜렷하다.
김= 사실 합격한 학생도 자기가 왜 합격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윤= 그럴 때 교사로선 너무 궁금한데 대학에 전화해 물어볼 수도 없다. 오해를 사거나, 괜히 확인하다 ‘어? 잘못됐네?’하고 취소시킬 까봐.
구= 게임의 룰의 문제인데, 공정성 시비가 없는 수능식 정량평가와 전문가가 나름의 선발기준을 만드는 학종식 정성평가 중 우리 국민은 정량평가를 선호하는 거다. 그게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반대다. ‘점수 맞춰 오는 애들 좀 그만 뽑고 싶다’는 말을 들은 진 무지 오래됐다. 전공적합성 맞는 학생을 선발하니 좋다는 반응도 크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으면 그 부정을 제대로 규명하고 도려내고 재발을 방지하는 작업들이 필요한데 이걸 정확히 하지 못했다는 거다. 정부가 부정을 방지할 의지조차 없다고 생각하니까 불신이 점점 더 커진 게 아닌가 싶다.
윤= 정성평가에 대한 부적응일 수도 있고, 대학 서열화 사회에선 이해 안 되는 상황이 많은 거다. 다른 사립대에 떨어졌는데 서울대를 붙는 학생이 나온다. 주위에서 이해를 못 한다. 학교와 학생 입장에선 ‘입시가 복잡해졌으며 대학이 자기들 마음대로 뽑는다’는 단점이지만, 대학 입장에선 원하는 인재를 뽑을 자율권이 생긴 셈이다. 어쨌거나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역시 이상해, 깜깜이 전형이야’라고 할 수 있다.
-내신 부정 사건도 터졌다.
구= 심각한 입시경쟁이 큰 증폭현상으로 나타났다. 시험지 유출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출제 시스템도 관리해야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고교 교육을 하고 국민 신뢰를 쌓을지가 중요하다. 시험의 질부터 ‘평가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절실하다. 현재의 학종이 불공정성과 준비 부담, 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고민해 폐지를 제안한 것도 그 이유다.
-사걱세 등이 수상경력 폐지를 제안했는데.
김= 가장 불신 받고 있는 부분, 즉 비교과 영역을 일부 축소하고 삭제하면서 긍정적 부분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 ‘부모의 힘으로 더 유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게 문제인데 수상기록 등은 부모가 잘 준비해주거나, 학교에서 특정 학생에게 상을 몰아 주면 남들보다 유리할 여지가 많다는 거다. 그런 일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에서라도 나타나는 현상이 전체의 신뢰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반영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윤= 안타까운 점은 학생부 기록이 축소되는 거다. 입시 자료라는 전제만 없으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관찰한 좋은 기록이다. 입시에 반영할 수 있는 항목을 제한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하면서 그 기록은 모두 입시를 염두에 두고 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모두 다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면 굳이 기록청탁 할 일도 없고 청탁을 더 강하게 제재할 수도 있다.
-자소서도 폐지 가능한가.
구= 학생부에서 입학사정관이 미처 읽지 못할까 봐 직접 어필하는 게 자소서인 셈인데, 워낙 대필이나 첨삭에 대한 불신이 크니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2014년부터 통계를 냈는데 자소서 대필로 합격 취소되는 학생이 매년 수백 명이다. 이 정도면 불신을 얻을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없애고 사정관이 좀 더 꼼꼼히 학생부를 읽으면 된다.
김= 학생부 내용을 바탕으로 면접을 할 수도 있다. 대학 입장에선 자소서라는 참고 자료가 하나 없어지는 측면은 있는데, 대필이 문제가 돼서 전체 시스템을 흔드는 상황이라면 꼭 있어야 할 건 아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자소서 작성은 그 자체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다. 19년을 살아오면서 학생이 그렇게 절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글을 쓰고 고쳐본 경험이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수능은 전국구 경쟁이지만, 내신은 학교 친구끼리 경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김= 내신은 주위 친구들과의 경쟁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고교 체재 개편, 고교 절대 평가 등과 함께 맞물렸어야 할 변화였다. 지금은 학교 안 경쟁의 강도도 강해지지만 학교 시험이 왜곡되는 것도 큰 문제다. 소위 말하는 1등급 선별용 문제, 즉 학생들이 보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과연 이게 시험 문제에 나올까 하는 부분이 문제로 나오고 결국 학교 시험의 적정성에 대한 불신 정도가 높아진다. 수많은 왜곡이 일어나고 있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
-3년간 내신 부담도 심하다.
김= 소위 ‘패자부활이 어렵다’는 비판이다. 저는 주로 일반고에서 가르쳤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는 보지 못했다. 문제는 강남, 목동 등 지역에서 원래 잘하는 아이들끼리 모여있는데 어쩌다 1학년 1학기 내신을 크게 밀렸다거나 하는 아이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거다. 내신 절대평가가 들어오면 대부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도입이 쉽지 않은 여건이다.
구= 그런데 실제 사례를 놓고 보면 ‘내신 한 번을 망치면 입시가 망한다’는 생각은 오해다. 종합 내신 등급이 떨어질진 몰라도, 오히려 1학년 1학기 시험을 망쳤는데 꾸준히 점수가 오른 학생이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모습’을 높이 평가받아 학종 전형에서 선전하는 사례를 현장에서 계속 봐왔다. 되레 교과 전형일 때 한 번 한 번의 내신 영향이 크다. 비교과 반영이 늘어난 학종의 문제라고 하긴 어렵다.
윤= 부담감만 놓고 보면 수능이라고 쉬운 건 아니다. 단 한 번의 시험을 통해 미끄덩할 수도 있는 게 수능이지 않나. 타당도를 놓고 봐도 10번의 시험으로 아이를 평가하는 것과 1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내신이 강조되고 동시에 다양한 수업의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수행평가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 학기 여섯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다 뭔가를 만들어와라, 써와라, 제출해라 하며 과제물을 내니 단순 중간, 기말고사의 부담에 각종 수행평가의 부담이 가중된다. 교과 통합적으로 수행평가의 양을 줄일 필요는 있다. 아예 평가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전체적인 수행평가의 양을 체크해 줄여야 한다는 거다.
김= 수행평가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건 중요한 문제다. 한 학기에 보통 여덟 과목, 과목당 3개의 수행평가가 있다. 거의 25~30개 정도다. 평가 시기도 다 중간, 기말 이후로 집중된다. 피로도나 부담이 엄청나다. 다양한 활동 권장은 좋지만, 수도 줄이고 단순화하고 타당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구= 과제로 나간 수행평가에 대해서는 또 외부 요소 개입 의심이 많다.
-다른 고려사항은 없을까.
구=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크다면, 공공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으론 그런데 수능이라고 과연 공정하기만 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올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방에서 불만이 쏟아지지 않았나. 교육과정 위반 여부 시비도 있다. 도저히 현대 기호학의 개념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맞출 수 없는 문제로 보이는 것도 있다. 입시 비리의 피해도 심각하지만, 잘못 출제된 수능 문제의 피해자는 만 명 단위가 된다. 어떤 전형이 맞냐 그르냐 역시 중요하나 그 고민이 근본적 입시경쟁 체제에 대한 고민 속에 있어야 한다.
윤= 대학들은 선발의 시기는 끝났고 모집의 시기가 온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점점 어떤 학생이 오든지 받아야 하는 대학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전체 교육을 놓고 보면 기초학습 부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성취평가가 학교에서 질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언론에서든 어디서든 입시를 놓고 말할 땐 늘 ‘주요 상위군 15개 대학’ 입시만 존재하는 것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런 관심을 잘 분배하는 것도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구= 이 정부의 교육철학이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인데 실제론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펴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이 워낙 고강도다 보니 일찍부터 낙인찍기, 성적 압박이 심각하다. 다수 아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고민은 너무 부족하다. 힘을 모아야 할 시기다.
김= 많은 사람이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교육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인격을 형성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능력을 기르고 그 기초 위에 지식이 쌓이는 건데 이 본질들을 온갖 경제 논리와 욕망이 무너뜨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이 본질 속에서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길러내는 교육에 집중하고 입시 환경도 이런 전제에서 바꿔나갈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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