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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체육계 성폭력 대대적 실태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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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규모 특별조사단 구성 1~2년간 진행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잇따라 터진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전 종목을 대상으로 하되 최근 특히 문제가 된 빙상과 유도는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인권위 조사 규모로는 역대 최대지만 10년 전에도 실태조사 끝에 권고안까지 냈던 점에 비춰보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체육계 인권 실태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은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더는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만큼은 근본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스포츠 분야의 폭력과 성폭력이 일회적·우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화한 체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대물림 현상이라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다음주 중으로 30명 규모의 ‘특별조사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조사단에는 인권위 조사역뿐 아니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공무원이 합류한다. 조사단은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1~2년 동안 기획조사를 벌인 뒤 체육계 성폭력 실태를 분석하고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인권위는 조사단 출범과 함께 피해상황 접수창구를 만들어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구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조사단의 실태조사는 전체 등록선수 13만 여명 중 일부에 대해 표본조사를 진행하고 빙상, 유도 등 문제가 된 종목은 전수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국가대표 훈련원을 포함해 각 학교 운동부 합숙시설에도 조사단이 직접 방문해 점검할 예정이다. 사실상 실업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체육 관련 기관이 조사단 점검 대상이 될 거란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피해와 가해의 현 실태를 정확히 밝힌 후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조사단의 핵심 과제”라며 “직권 조사를 포함해 인권위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사방식을 동원해 실태파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체육계에 구조화된 성폭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0년 전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인권위가 실태조사를 통해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체육계에 강력 권고하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별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 관련 단체들이 이를 따르지 않아도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난제다. 최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권고 이행 여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인권위에도 큰 책임이 있다”며 “이번엔 관련부처와 인권위 권고안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세우고 인권위도 의지를 갖고 권고안 이행 여부를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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