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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빙상인연대ㆍ손혜원 “성폭행 피해 6건… 전명규 교수가 은폐”

입력
2019.01.21 12:38
수정
2019.01.21 19:3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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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 “심석희 사건 몰랐다… 젊은빙상인연대 주장 배후 의구심”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추가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성폭력 추가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빙상인연대(대표 여준형)가 총 6차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빙상연대와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행 피해 사례와 빙상계의 대부로 통하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의 은폐 사실을 폭로했다. 손혜원 의원은 “젊은빙상인연대가 피해자의 적극적 증언과 간접적 인정 등을 통해 확인한 피해 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때 빙상계에서 계속 머물기 힘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공개하길 바라지 않는 성폭력 사건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사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의원은 직접 만난 한 선수의 사례를 전했다. 손 의원에 따르면 빙상 선수 A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강습을 받던 중 빙상장 사설 강사이자, 한체대 전 빙상부 조교인 한 코치로부터 수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고 증언했으며, 국외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강제 포옹과 강제 입맞춤이 계속됐다고 덧붙였다. 또 ‘밖에서 만나서 영화 보러 가자’ 등의 연락을 취해왔다고 했다.

손 의원은 “A선수가 이를 거부하자 해당 코치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선수선발과정에서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이 선수는 당시 충격으로 스케이트화를 벗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해 사례들이 많지만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어떤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는 이유로 이들 코치가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 휘하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자메시지는 성폭행 피해를 당한 한 선수가 전명규 교수에게 보낸 내용이었다. 피해자가 보낸 문자는 ‘피해자는 저이고 죽고 싶단 생각 수백 번씩 하고 잠도 못 자는 것도 저인데 가해자란 사람이 죽겠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제가 그날 밤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캡처 내용이었다. 이에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길 바래. 그것이 우선이야’라고 답장을 보냈다.

손 의원은 “전명규 교수는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로부터 전달받아 충분히 인지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전명규 교수가 사건의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자문 변호사는 “최근 빙상계에서 제기된 성폭력 사례들을 조사, 정리하면서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내 길을 열어줬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본 선수들이 왜 혼자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지도자들이 어째서 승승장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 지금도 그 두려움은 여전하다. 이 두려움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것입니까”라고 전 교수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빙상연대는 정부가 체육계 전반에 걸쳐 폭로된 체육계 성폭력에 대해 빠르고도 과감한 전수조사, 한국체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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