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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성폭력 ‘뒷북 수습’ 나선 대한체육회장, 사퇴론엔 “…”

입력
2019.01.15 16:51
수정
2019.01.15 20: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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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지도자 복귀’ 등 사과… 외부기관 조사 등 대책 발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체육계 성폭력 사태가 불거진 뒤 이기흥(63) 대한체육회장이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체육계의 강력한 쇄신을 요구한 가운데 이기흥 회장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쇄신하겠다”며 성폭력 근절 실행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엘리트 체육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체육회 수장으로서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사퇴를 촉구하는 ‘책임론’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이 회장은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1차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준 피해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그 용기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체육계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혐의에 이어 전 유도 코치의 성폭행 사실까지 불거져 쑥대밭이 됐다. 심석희의 폭로로 후폭풍이 거셀 때 사태를 수습해야 할 이 회장은 남자 핸드볼 단일팀 격려 차 독일에 머물고 있었다.

피해 선수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체육회는 회원종목 단체의 폭력 및 성폭력 조사와 징계에서 가해자의 복귀 길을 열어주는 여지를 남겨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회장은 그 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폭력, 성폭행 사안의 징계와 상벌 결정에 관여해온 관행과 병폐에 체육회가 자정 기능을 다 하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하고 적폐 근절을 위한 쇄신안을 소개했다.

먼저 폭력,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묵인, 방조한 회원종목 단체를 즉시 퇴출하고 회원종목 단체의 폭력, 성폭력 조사 징계는 모두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또 성폭행 가해자의 영구제명 및 국내외 취업 원천 차단, 대한빙상경기연맹 정상화, 온정주의 문화 철폐와 함께 합숙ㆍ도제식 훈련방식을 전면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가 지난 10일 조재범 전 코치 성폭력 의혹 사건 관련 사과문을 발표할 때 담긴 후속 조치 내용과 큰 차이는 없다.

국가대표 선수촌 운용에선 조금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왔다. 체육회는 여성 부촌장과 여성 훈련관리관을 채용하기로 했다. 선수촌에 인권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인권관리관과 인권상담사를 배치하며 인권관리관에게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후견자 임무를 부여한다. 지도자의 전횡을 막고자 복수 지도자 운영제, 지도자 풀(pool)제도 도입한다. 이런 국가대표 선수 관리 기준은 학교와 실업팀 운동부에서 똑같이 적용한다. 이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광범위하고 철저한 심층 조사를 실시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최고 책임자로서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고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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