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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한일 레이더 갈등 조속한 수습을

입력
2019.01.16 04:40
30면

한일, 평화ㆍ번영 위한 국방협력 필요 인정

우발적 사건에 의한 오해는 빨리 해결해야

3ㆍ1절, 日王 퇴위식 특사파견 돌파구 기대

지난해 12월, 한국과 일본 정부는 거의 동시에 ‘국가안보전략’과 ‘방위계획대강’이라는 주요 문서를 공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평화적 접근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의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비 통제를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그 과정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균형적 협력 외교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일본과는 역사 문제 등에서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지혜롭게 해결해 가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래지향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정부의 ‘방위계획대강’은 일본 안전보장에 대한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중국의 군사활동 확대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증대 등을 들면서 대응책으로 자위대 군사력과 미일 동맹 강화, 호주 인도 한국 등과의 다각적인 안보 협력 공고화를 제시했다. 물론 이전 문서에 비해 안보 협력 대상으로서 한국이 후순위로 밀린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과 폭넓은 국방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분명히 표명돼 있다.

이러한 한일 양국의 국가안보전략 방침에 비춰 보면 지난해 12월 20일 동해상에서 한국 구축함이 인근 상공을 비행하던 일본 초계기에 화기 관제레이더를 조준했다는 일본 측 주장으로 촉발된 한일 간 레이더 논란은 그야말로 우발적 사태에 불과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추진 과정에서 일본과 동반 협력자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밝힌 문재인 정부가 일본 초계기에 대해 공격적 의사를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했다해도 그것은 스스로의 국가안보전략에 대한 무시이거나 도전으로 간주되겠지만, 규율이 엄격한 한국 해군이 그런 무모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필자는 작년 초 일본 아쓰기 기지를 방문해 일본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P-1 초계기에 탑승해서 해상자위대 관계자들로부터 이 초계기가 주로 동해 상에서 북한 군사 동향 정보를 탐지하는 활동을 한다는 설명을 들은 바 있다. 그런 임무를 가진 초계기가 한국 구축함 상공에서 초저공 비행을 한 것도 석연치 않지만, 한국 함정이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준했다는 확실치 않은 보고에 바탕해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는 것도 스스로가 공표한 ‘방위계획대강’의 기본 방침과 어긋나는 것이다. 요컨대 양국 간 레이더 논란은 상호 상위 차원의 국가안보전략에 모두 부합되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

한일 양국은 불필요한 오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레이더 갈등을 조속히 수습해 상호 협력을 규정한 상위 차원의 국가안보전략이 흔들리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양국 국방 당국이 2014년에 여타 21개국과 상호 합의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한 규범(CUES)을 재확인하고, 이를 실효화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조속히 가져야 한다. 나아가 양국의 정치외교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3월 1일로 예정된 한국의 3ㆍ1절 100주년 기념 행사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서 식민지 시기에 행해진 역사에 대해 반성의 뜻을 재천명할 필요가 있다. 2014년 6월, 프랑스가 주최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 식전에 독일 메르켈 총리가 참석했던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도 4월 말로 예정된 일본 국왕의 퇴위 및 즉위식에 고위급 축하 사절단을 전향적으로 파견해야 한다. 재임 기간 제국 일본이 벌인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의 염원을 일관되게 표명해 온 현 국왕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한국 정부로서도 경의를 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가 구조적 불확실성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발적으로 보이는 레이더 갈등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조속히 수습하고, 신뢰와 협력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한일 양국의 국가전략 및 안보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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