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정신질환자 등 보호시설 퇴원자, 체험주택서 자립 배운다

입력
2019.01.10 18:00
수정
2019.01.10 23:3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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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역사회 맞춤 돌봄 ‘커뮤니티케어’ 실험 시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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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에서 7년간 입원치료를 받은 A(60대)씨는 증상이 호전돼 퇴원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줄만한 친척이 없어 퇴원을 주저하고 있다. 장기간 입원하다 보니 요리하기와 같은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어렵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조차 겁이 난다. 구직활동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2026년이 되면 A씨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체계적인 퇴원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3~6개월간 자립체험주택에 거주하며 독립생활에 필요한 사회적응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직업재활 교육도 받게 된다. 자립체험주택에서 퇴소해 홀로서기를 해도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투약ㆍ증상관리 등을 해주는 정신건강종합케어서비스를 받는다.

이처럼 정신질환자ㆍ노인ㆍ장애인ㆍ노숙자 등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모델 개발에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오는 6월부터 2년간 전국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커뮤니티케어는 노인ㆍ장애인ㆍ정신질환자 등의 탈시설ㆍ탈원화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주거ㆍ보건의료ㆍ요양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말한다.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인데,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선도사업부터 진행한다.

일단 각 대상별 맞춤형 돌봄 체계 청사진은 나왔다. 노인은 요양병원 등의 사회적 입원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지역연계실’ 설치를 제도화하고,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퇴원계획을 수립해 읍면동 케어안내창구와 연계해준다. 개별 노인의 욕구와 사정에 맞게 재택의료ㆍ가사간병서비스ㆍ방문진료 등도 제공된다.

{저작권 한국일보}지역사회 통합 돌봄 대상별 주요 계획-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지역사회 통합 돌봄 대상별 주요 계획-박구원 기자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노숙인 등은 탈 시설을 넘어 자립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들은 즉시 자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자립체험주택에서 자립훈련을 거쳐 케어안심주택(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시설을 벗어난 장애인의 경우 초기 자립을 위한 정착금이 1인당 1,200만원씩 지원되고, 저소득 퇴소자는 기초생활보장 특례 대상자로 지정한다. 장애인건강주치의 서비스, 활동지원서비스 등도 제공된다.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노숙인은 노숙인지원센터와 자활센터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돌봄체계를 만든다는 게 목표다.

문제는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보건의료와 사회복지 영역을 지역사회가 어떻게 연결하느냐다. 가령 정신질환자를 돌보려면 지속적인 치료도 필요하지만 주거ㆍ고용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므로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때 지자체는 단순히 의료, 돌봄, 복지 영역을 연계하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고 전체 서비스의 관제탑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상임대표는 “현재는 대상별 선도사업을 실시하지만 노인이면서 장애인에 포함되는 등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례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지자체가 단순히 정보 연계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자체 개발하는 실행력을 가지려면 중앙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도사업은 애초 80억7,600만원의 국비 지원 계획이 있었지만 국회에서 감액돼 올해 말까지 64억원이 지원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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