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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LG생활건강 ‘차석용 매직’ 올해도 이어질까

입력
2019.01.06 18:4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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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서울 광화문 사옥.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 서울 광화문 사옥. LG생활건강 제공

지난해 초 2017년 실적이 발표되자 화장품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수년간 1위 자리를 지키던 아모레퍼시픽은 2위로 내려앉고, LG생활건강은 4년 만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2016년만 하더라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은 6,000억원 이상 격차를 보였는데, 1년 만에 전세가 완전히 뒤집어 진 것이다.

◇중국 사드 보복에도 끄떡 없는 ’차석용 매직’

두 회사 모두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긴 했지만, LG생활건강은 브랜드 고급화 전략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완충 역할을 했다. 매출 대부분이 화장품에서 나오는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등 음료 부분이 전체 매출의 45% 이상을 차지한다. ‘후’와 ‘숨’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는 사드 여파에도 두 자릿수 이상 매출이 늘며 성장세를 보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연임시킨 것은 이런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국내 화장품 업계가 휘청거릴 때도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의 지휘 아래 흔들림 없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 실적에 ‘차석용 마법’이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차 부회장의 경영 성과는 눈부시다. 2005년 차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이후 LG생활건강은 2017년까지 13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전무한 기록이다. 2011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이후 7년간 흔들림 없이 회사를 이끌며 LG생활건강을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순혈주의가 강한 것으로 유명한 LG그룹에서 외부 영입 인사가 부회장까지 오른 것은 그가 유일하다. 차 부회장은 미국 P&G에 입사한 이후 한국 P&G와 해태제과 사장 등을 역임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급성장

LG생활건강은 LG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1947년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해 럭키, LG화학으로 이름을 바꾼 뒤 생활화학 분야가 독립 법인으로 분사돼 나온 것이 LG생활건강이다. ‘락희’라는 이름은 구인회 LG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동업자인 허만정 GS 창업주와 함께 생산했던 화장품 ‘럭키 크림’에서 가져온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사업 분야는 크게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로 나뉜다. LG생활건강은 럭키 시절 국내 생활용품의 역사를 썼다. 페리오치약, 차밍샴푸, 하이타이, 퐁퐁 등을 생산하며 해외 기업인 P&G, 유니레버 등의 공세를 막아냈고, 이는 테크, 자연퐁, 샤프란, 엘라스틴 등의 제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석용 마법’의 시작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이었다. 차 부회장이 부임하기 전만 해도 생활용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지만 현재는 25% 이하로 줄었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한 데 이어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 영진약품 드링크사업 등 음료 업체와 더페이스샵, 바이올렛드림(구 보브), 일본 긴자스테파니, CNP코스메틱스 등 화장품업체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차 부회장 부임 이후 인수한 회사만 18곳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여름에는 화장품 사업이 약하고 음료 사업이 성수기인데, 3개 사업부가 각각의 장단점을 서로를 보완하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후 천기단 화현라인.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후 천기단 화현라인. LG생활건강 제공

◇생활용품ㆍ중저가 화장품 부진은 풀어야 할 숙제

LG생활건강의 2017년 매출은 연결 기준 6조2,705억원, 영업이익은 9,303억원이었다. 이는 2016년보다 각각 2.9%, 5.6% 늘어난 수치다. LG생활건강의 매출 성장은 화장품 사업 부문이 이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후’는 지난해 매출이 2017년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며 2조원을 돌파했다. LG생활건강의 핵심 브랜드로 완벽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다만 생활용품 사업과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활용품은 내수 시장이 성장 한계에 이르러 업황이 악화하며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35.7% 감소했다. 한때 인기 브랜드였던 더페이스샵은 로드숍 브랜드의 치열한 경쟁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이 맞물리며 2017년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업계는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 사업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럭셔리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후’와 ‘숨’을 앞세워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 럭셔리 제품 소비 확대에 따른 실적 모멘텀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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