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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화장실 옆 휴게실’ 판매직 노동자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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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뷰엔 그 후 – 판매직 노동자
지난 5월 백화점 및 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은 심하게 변형된 자신의 발을 드러내 보이며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유통사의 근무 지침에 따라 고객이 없어도 종일 서서 일하며 무지외반증과 하지정맥류, 방광염과 같은 질병에 시달려 왔다. 판매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다룬 한국일보의 보도가 나간 지 7개월, 이들의 근무 및 휴식 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관련기사 ☞ 얼마나 아팠을까… 구두 속에 꽁꽁 숨긴 판매직 노동자의 일그러진 발)
#언제쯤 마음 놓고 앉을 수 있을까요
‘앉을 권리’는 노동자 스스로 찾아 나서야 했다. 보도 후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실태 점검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협력사 직원의 건강에 대한 백화점이나 면세점 측의 관심도, 의지도 부족했다. 판매직 노동자들은 결국 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10월 1일 오후 3시를 기해 ‘의자 앉기 공동 행동’에 돌입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유통사 측은 공개적이고 직접적으로 앉을 권리를 제지하고 있지는 않다. (관련기사 ☞ ‘앉을 권리 스스로 찾아나선 판매직 노동자들)
지난달 말엔 전국 면세점 내 화장품 매장마다 의자가 1개씩 배치되는 등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의자가 있어도 계산대 등 매장 집기 대다수가 서서 일하는 상황을 기준으로 제작돼 있기 때문에 앉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불편하다. 부루벨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계산대 앞 의자에 앉으면 무릎이 서랍에 닿고, 진열대가 높아 고객이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잘못하면 응대가 엉망이라고 트집을 잡힐 수도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도 눈치가 보여서 다리가 아파도 의자에 잠깐 엉덩이를 붙였다 떼는 정도로 참다가 마감 정리 시간이 되어서야 앉아서 업무를 본다”라고 전했다.
백화점 쪽 사정도 비슷하다. 로레알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의자 앉기 공동 행동을 꾸준히 이어 오는 동안 백화점 측의 직접적인 제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명 정도는 서 있는 게 좋지 않겠나’고 압박하는 간부들이 여전히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매장 내 의자 개수가 부족하거나 불편한 사례를 파악 중인 노조는 추후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여전히 열악한 화장실과 휴게실
아무리 급해도 가까운 고객용 화장실을 두고 멀리 떨어진 직원용 화장실을 줄 서서 이용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과거처럼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고객서비스 교육을 받아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온갖 눈치와 잔소리를 포함한 암묵적인 제지는 여전하다.
로레알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설치된 고객용 화장실이 공중화장실에 해당한다는 관계 법령을 근거로 노조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안내했더니 일부 백화점이 ‘직원 사용 절대 금지’라고 쓴 경고문을 고객용 화장실 앞에 세워 두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정 급할 때만 고객용 화장실을 쓰라’고 하는데 이는 곧 ‘쓰지 말라’는 뜻”이라면서 “괜히 매니저한테 걸려서 욕먹느니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 화장실 가는 게 속 편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속 편하다’는 직원 화장실의 실상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 서울 시내 한 유명 면세점 3층에 위치한 직원 화장실의 경우 휴게실과 붙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용변을 보는 이나 휴식을 취하는 이 모두 편할 리가 없다. 직원 B씨는 “화장실도 겨우 2칸이라 오래 차지할 수 없어서 아예 지하 5층 물류창고 화장실을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이 면세점 직원 화장실은 3층과 지하 5층 두 곳이 전부다.
휴게실의 경우도 일부 도배를 새로 하거나 낡은 게시판을 교체하는 정도 외에 별다른 개선은 없다. 오히려 직원 탈의실을 면세점 외부 건물에 설치하는 통에 직원들의 불편만 가중된 경우는 있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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