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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가 된 문 정부의 약속들] 노동계도 안 반긴 ‘최저임금 정책’

입력
2018.1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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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ㆍ끝> 최저임금 1만원 

 소규모 업체 고용 감소…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상승 쥐꼬리” 

두 자릿수의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은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무조건 희소식일 줄 알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는 이들도 분명 있었지만, 그 대가로 노동시장에서 아예 퇴출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동네 음식점에서 홀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일자리를 잃었고, PC방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줄었고, 아파트에선 경비원들이 쫓겨났다. “정당한 노동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종업원들을 쫓아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사업주나 아파트 주민들의 이기심을 비판해본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정부는 일자리 악화가 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강변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 근로자는 도처에 깔려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홀 서빙을 1년 넘게 해온 대학생 이문주(24)씨도 그런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자다. 이씨는 최근 내년부터 인상되는 최저임금으로 연말까지만 일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이제는 방학 때 풀타임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며 “내년부터 새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북 익산에서 피자 배달을 하던 주영익(가명ㆍ28)씨 역시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주씨가 일하던 피자가게 사장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매장을 대폭 축소하면서 직원도 3분의 1만 남겼다. 주씨는 “요즘엔 지역 경기도 좋지 않아 주변에 배달원을 새로 채용하는 곳이 거의 없다”며 난감해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겪는 노동자들은 주로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과 생산성: 우리나라 제조업의 사례’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생산성 개선 효과가 존재하지만, 업종ㆍ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경우도 식료품과 의복 등 업종이나 5인 미만 소규모 업체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질 확률도 더 높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제도 자체가 노동계를 만족시키는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저임금에 이것저것 다 끼워 넣으면서 실질적인 임금 상승률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복리후생비(최저임금의 25% 초과분)와 상여금(7% 초과분) 등을 임금 안에 포함시키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 최대 7.7% 임금 삭감 효과가 있다고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최근 재계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법 시행령 개정안이 실질적인 임금 상승률을 키운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부 저임금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을) 줬다가 뺏는 것도 모자라 본전까지 날아간 상황”이라며 “정부가 하루 빨리 최저임금 변화의 영향에 대해 실태조사를 해서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자들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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