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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佛 민심에 백기 든 마크롱… ‘노란 조끼’ 시위도 잦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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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에서 “최저임금 인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결국 성난 민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지자,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이로써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시위 물결도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미흡하기 짝이 없는 수습책”이라는 평가절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정국 전환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 BBC방송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는 일을 통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프랑스를 원한다”며 “내년 1월부터 근로자 최저임금이 월 100유로(12만8,000여원)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후 1,185유로(152만여원)에서 7% 늘어나는 것으로, 이는 고용주가 아닌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사회경제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있다는 걸 우리는 확인했다”면서 월 2,000유로 미만을 버는 은퇴자에 부과되는 사회보장기여금(CGS)을 1.7% 인상하려던 계획도 백지화한다고 공표했다. 아울러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과세도 철폐키로 했다. 이 같은 발표는 지난 5일 정부 성명 형태로 이뤄진 ‘유류세 인상 철회, 전기ㆍ가스요금 동결’에 이은 두 번째 민심 수습책이자,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첫 대국민 메시지다. BBC는 “시위대는 정치인의 약속 이상을, 빈곤한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원했다”며 “마크롱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13분간 TV로 생중계된 담화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자세를 한껏 낮췄다. 그는 “시위대의 분노를 들었고 이해했다”며 “(그들의 분노는) 심오했고, 많은 측면에서 정당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현안에 신속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다른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인상을 준 것 같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나의 발언으로 여러분께 상처를 줬음을 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유일한 관심사는 여러분이고, 내 유일한 전투는 프랑스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프랑스 경제를 재구성하고 유럽 지도자가 되려는 야심에서 눈에 띄는 후퇴”라며 “지금은 국내 정치적 지지를 다지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극도로 악화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을지는 불확실하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안긴 ‘부유세(ISF) 폐지’와 관련, 이를 원상회복하라는 시위대 요구에는 ‘수용 불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우리는 바게트 빵 전체를 원하는데, 대통령은 빵 부스러기만 줬다”고 비판하며 오는 15일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토마스 스네개러프 교수는 “시위대 사이에선 마크롱의 사임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프랑스 혁명에 빗대 ‘왕의 머리를 쳐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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