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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의 퀸 예찬] 오늘도 비둘기는 ‘라디오 구구’하며 운다

입력
2018.12.11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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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이 록밴드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합창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웨인즈 월드’. 1992년 이 영화 개봉 후 1975년 발표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빌보드 싱글 차트 2위로 역주행했다.
등장인물들이 록밴드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합창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웨인즈 월드’. 1992년 이 영화 개봉 후 1975년 발표된 ‘보헤미안 랩소디’는 빌보드 싱글 차트 2위로 역주행했다.

세상에 록밴드 퀸의 영화에 노래까지 따라 부를 수 있다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한 뒤 지난 11월, 친구들과 함께 싱어롱 상영관을 찾았다. 두근거리는 내 마음은 온통 ‘불꽃놀이’였다. 프레디 머큐리가 무대에 오르고 첫 장면에서 ‘섬바디 투 러브’가 흐르는 순간, 내 ‘떼창’ 본능은 야수처럼 깨어났다. “캔 애니바디 파인드 미 섬바디 투 러브~” 난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퀸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 건 1992년이다. 국내에 개봉한 영화 ‘웨인즈 월드’를 보고서부터다. 영화 주인공들이 차 안에서 머리를 흔들며 ‘보헤미안 랩소디’를 따라 부르는 장면은 ‘록키드’였던 날 사로잡았다. ‘나도 어른이 되면 저렇게 멋진 음악을 친구들과 자유롭게 함께 불러야지’. 중학생 때 방에서 국어 문제집을 붙잡고 ‘보헤미안 랩소디’를 흥얼거렸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 1975년 발표된 ‘보헤미안 랩소디’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며 역주행했을 때였다.

떼창 예찬은 퀸 음악을 듣고 시작된 듯싶다. 성인이 된 나는 여러 록 페스티벌을 다니며 생면부지의 몇 만 관객들과 함께 소리지르며 노래했다. 자연스럽게 난 떼창 전도사가 됐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록밴드 라즈베리필드 공연에서도 “하마처럼 입을 크게 벌려 맘껏 노래 해 봐요”라는 말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누군가는 우리 밴드를 ‘떼창을 유독 좋아하는 밴드’라 소개할 정도였으니까.

난 왜 이렇게 함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걸까.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졌고, 어렴풋이 답을 얻었다. 머큐리의 희로애락이 담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머큐리는 내게 속삭인다.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둘러봐,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잖아.” 그것이 슬픔이든 기쁨이든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든 함께 노래를 부르며 우리는 서로를 공감한다. 그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다. 적도 패배자도 없으며 오직 음악 하나로 우리 모두 챔피언이 될 수 있는 마법같은 시간. 그것이 바로 떼창이고, 퀸이었다.

찰나의 마법 같은 떼창으로 우린 위로와 힘을 얻는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란 공감으로 한 발자국일지언정,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1992년 겨울의 내가 그랬고 26년이 지난 2018년 겨울의 내가 그렇다. 난 그렇게 떼창을 처음 알려준 퀸으로 다시 한번 챔피언이 된다. 그래서 퀸 네 멤버가 그토록 한 명도 빠짐없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고집했던 것이 아닐까.

오늘도 동네 비둘기들이 ‘라디오 구구(노래 ‘라디오 가가’의 가사)’ ‘라디오 구구’ 하며 운다. 퀸이여, 영원하라!

가수 겸 배우 소이

가수 겸 배우 소이.
가수 겸 배우 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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