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핵’ 조국… 문 대통령 “믿는다” 정면돌파

입력
2018.1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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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순방 중 참모들에 유임 시사, 여권은 일제히 ‘조국 지키기’ 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앞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입장하고 있다. 앞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파견 검찰 수사관 비위로 경질설이 불거진 조국 민정수석과 관련해 신뢰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유임 시그널이다. 조 수석의 책임을 물으려면 특감반 비위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집권 3년차 시작을 앞두고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 사법개혁의 아이콘 격인 조 수석을 경질하면 국정 과제 추진 동력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당이 조 수석의 사퇴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가 산적한 정기국회 정국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해외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참모들에게 ‘조 수석을 믿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조 수석 교체론은 문 대통령의 뜻과 다르다”며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직원들의 비리가 터지긴 했지만 사실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아 조 수석을 교체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1일 페이스북 글에서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을 꼭 이뤄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며 “믿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혀 조 수석을 포함한 청와대 개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말 그대로 청와대를 믿고 진행 상황을 지켜봐 달라는 뜻”이라며 “조 수석도 사법개혁을 위해 호시우보(虎視牛步) 우보만리(牛步萬里) 하겠다는 뜻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이 이날 일제히 ‘조국 지키기’에 나선 것도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달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조 수석에 대한 문책과 경질을 요구하는데 야당의 정치적 행위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또 “공직에서는 사안의 경중(輕重)을 가려 그 크기만큼 관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게 큰 사안이 아니다”라고 엄호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날 사과 논평을 냈던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적폐청산과 공직기강 확립, 사법개혁에 있어 조국 민정수석의 역할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광온 최고위원, 민병두, 안민석, 김한정, 손혜원, 표창원, 황희 등 개별 의원들도 페이스북에 조 수석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여권은 특감반 김모 수사관의 비위가 조 수석을 교체할 만큼 중대하지 않고, 특감반 전체의 기강해이 문제로 사태를 몰고 가기에는 진상 규명도 아직 덜 돼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수사관이 대검 조사에서 청와대 자체 감찰 때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등 골프 접대를 같이 받은 특감반 직원들이 있다는 진술 내용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럿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수사관과 관련해 민정 라인이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권 전체가 조 수석 지키기에 똘똘 뭉치는 것은 조국 경질론을 정부 흔들기라는 프레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사법개혁의 상징적 인물이 된 조 수석이 물러날 경우 사법부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진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의 개혁 트리오 장하성 전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 세 사람 중 장 전 실장에 이어 조 수석까지 물러나면 문재인 정부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내에서도 대중성을 가진 참모들이 야당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매번 야당이 요구할 때마다 인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다만 조 수석의 거취를 놓고 야당과 극한 대립을 할 경우 문 대통령의 3년 차 국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여권의 고민이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정책과 노선이 아니라, 측근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건다면 여론의 역풍이 일 수도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아닌가”라며 “조 수석을 지키려고 할수록 문제가 커지며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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