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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상물 필터링 설정, 웹하드 업체 마음대로 조작 가능”

입력
2018.12.01 0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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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진호 사건’ 공익제보자 인터뷰] 

 국내 모든 웹하드 사이트엔 성범죄 영상 있어 

 어느 한 곳만 없다면 이용자는 거길 안 간다 

 양진호 전 회장 “요새 볼게 없어” 말 던지면 

 밑에서 알아서 해… 스파이 심어 직원 감시도 

 불법 영상 방치해도 당국 제재 한번도 안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공익제보자 A씨를 지난달 1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회장의 각종 범죄 혐의를 세상에 알린 당사자다. 김혜영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공익제보자 A씨를 지난달 1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회장의 각종 범죄 혐의를 세상에 알린 당사자다. 김혜영 기자

적용 법조만 10가지에 이르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혐의는 공익제보자 A씨의 증언이 없었다면 이렇듯 짧은 시간에 폭발적 파급력을 가지고 드러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A씨에 대한 평가는 △그의 위디스크 재직 경험 △제보의 계기 등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엇갈린다. 그가 그간 불법 촬영물 유포를 최소한 방조하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본보는 그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업계의 내부 상황에 대해 의미 있는 진술을 하고 있으며, 내용이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실재한다고 판단했다. 이달 16일 서울 모처에서 그와 만나 디지털 성범죄 영상 유포의 구조, 양진호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 업체 유착 의혹에 대해 물었다.

 각종 불법 촬영물, 얼마나 방치돼 있나. 

“이건 해도 너무하다 생각한 게 제보 준비의 계기가 됐다. 그중 하나가 과거 유명했던 피해 영상을 2016년에 다시 풀어 버린 거다. 총 5단계 필터링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금칙어 설정은 회사에서 언제든지 마음대로 적용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었다. 특정 단어가 섞인 파일은 아예 업로드 안 되게 하는 거다. 이 금칙어에서 해당 피해자 이름을 슬쩍 내려버리는 식으로 불법 영상을 방치했다. 누구 지시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통상 그 정도 유출은 양 회장의 직접 지시 없이도, 그 아래 단계에서 이뤄졌다.”

 내부 반발은 없었나. 

“문제의식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밖에다 알리고 나름의 소극적 노력은 했다. 내부에서도 ‘이거 큰일 난다, 내려라’ 하며 싸웠다. 두 달 정도 만에 내렸다.”

 그 두 달 간 당국 제재는. 

“전혀 없었다”

 수사기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단 한 번도 없었나. 

“없었다.”

 그 유출 건으로 얼마를 벌었나. 

“흔히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통한 매출이 클 거라 생각하는데, 돈으로 치면 1% 미만이다. 오래되고 자리잡은 사이트에서는 100만 건 정도의 콘텐츠 중 범죄 유통물이 1,000건가량이다. 이 중 많이 유통되는 것은 10건 정도로 절대치는 적다. 이걸 집중적으로 올리는 것은 주로 신생업체다.”

 그런데도 왜 피해를 양산했나. 

“국내에 100개의 웹하드 사이트가 있으면, 모든 곳에 성범죄 영상이 있다. 어느 한 곳만 없다면 이용자는 거길 안 간다. 회원 이탈을 막겠다는 거다. 사업자들이 도덕심으로 움직이질 않는다. 마치 마트에서 두부, 콩나물이 큰돈은 안 돼도 없으면 손님이 안 가니 있어야 된다는 것 같은 식이다.”

 문제 영상 업로드를 막는 필터링이 2012년 의무화됐는데도 왜 그런 일이 가능했나. 

“필터링엔 총 5단계가 있다. △금칙어 설정 등 특정 표현 포함 영상 업로드를 막는 것(1~3단계) △특정 파일특성을 가진 영상 업로드를 막는 해시값 필터링(4단계) △특정 음성, 화면 등의 주파수 및 이를 변조한 주파수 포함 영상 업로드를 막는 DNA 필터링(5단계) 등이다. 저작권을 보호하는데 5단계를 다 쓰고, 범죄 피해 영상에는 4단계까지만 적용해왔다.”

 유독 저작권만 엄격히 관리하고 성범죄 피해 영상은 방치한 이유는. 

“2011년 웹하드 업주들이 구속되고, 요즘 같은 대규모 수사가 벌어질 때 주요 이슈는 저작권 보호였다. 2012년 웹하드 등록제가 도입되며 필터링이 의무화된 이후로 저작권에 관해선 더 이상 문제가 된 적이 없다. 필터링 기술이 안정됐고, 이걸 우회했다가는 바로 회사 문 닫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웹하드 업체들이 엄격히 적용했다. 괜히 수익 좀 올리려다 저작권자인 대기업들, 방송사, 영화사에 거금의 페널티만 물어줘야 한다는 거다. 회의 시간에 경고도 많이 오갔다. ‘야, 관리 똑바로 안 할래? 너 때문에 맨날 저작권자들이 뭐라고 하잖아’하는 식이다. 저작권자들이 그만큼 눈을 부릅뜨고 본다.”

직원폭행 등 각종 엽기행각을 벌인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달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직원폭행 등 각종 엽기행각을 벌인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달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범죄 영상도 관계기관이 그렇게 감시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저작물은 제대로 필터링 안 하면 웹하드 업체가 말 그대로 죽는다.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웹하드 관리자 페이지 들어와서 다 보고, 한 달에 한 번씩 로그를 긁어가서 비교한다. 만일 차이가 나면 양 업체에 소명하라고 한다. 범죄 영상에 대해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역할을 해야 하지 않았나. 안 되니 지난해 여성단체라도 나섰던 거다.”

 이런 차등에 관해 정부 지적은 없었나. 

“적용 단계가 다르다는 건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미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커진 이후 성범죄 영상 감시에도 5단계 필터링을 적용하자고 건의가 있었는데 방통위가 거절했다. 직접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게 이유였던 것으로 안다.”

 헤비업로더 관리, 불법 촬영물 유포에 퇴직자가 동원됐다고 했는데. 

“수사 착수 이후 사내에서 알아보니, 퇴직자 C씨가 작년에 6개월 정도 업로드를 했고, 올 4월에도 추가 업로드 하라는 지시를 받고 거부해 잘렸다고 하더라. 3개월간 자수를 권유했는데 잠적했다. 수사받으며, C씨도 긴급 체포해 조사했다는 말만 들었다.”

 2011년 큰 수사를 받고도 결국 모두가 조심하게 된 건 저작권 보호 뿐이라는 얘긴가. 

“양 전 회장은 100억원대 저작권료를 물어주고 출소하자마자 바로 슬리퍼 신고 가 람보르기니를 샀다. 직원들은 이런 걸 두고 ‘회장님 에고(ego, 자아)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한동안 경영은 안 했다. 세세하게 운영은 안 하고 ‘요새 볼 게 없어’하고 툭툭 던지면 밑에서 알아서 하는 식이다. 물론 직원 사생활 감시 프로그램 돌리고, 스파이 심어 직원 감시는 더 철저히 했다.”

 직원 사찰 프로그램은 어떻게 알게 됐나. 

“양 전 회장이 원래 한 배를 타는 걸 좋아한다. 별 이상한 기행에 다 끌어들이고, 공범 만드는 거다. 갑자기 불러다 혼자 하기 벅차니 관리하라고, 배신자를 찾아내란 취지로 지시했다. 그래서 1박 2일 동안 채증했다. 다음날 찾아가 이건 큰일 난다고 얘기했고, 이후 다른 직원에게 듣기론 폐기됐다고 하더라. 당시 채증 자료를 이번에 국가권익위원회에 다 제출했다. ”

 이번 수사 때, 압수수색 날짜도 미리 파악해 수사에 대비했다는데. 

“전날 직원 B씨가 정보를 입수해왔다. 어디서 듣고 왔는지는 모른다. 그는 (로비에 쓸 목적으로) 2억 2,000만원을 현금으로 들고 나가긴 했다. 그 자체로 부적절하지 않나. 부적절한 곳에 썼을 수도 있고 안 썼을 수도 있지만, 회사에 와서 ‘내일 압색(압수수색) 나온다’고 한 건 B씨다.”

 증거인멸이 상당했겠다. 

“수사한다는 사실은 한 달 전부터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미 시간은 있었다. 당시엔 오로지 수사에 대한 대비는 양 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데 초점이 맞춰졌다. 100억원까지 써도 좋다고 했다. 음란물 방조 등을 다 대표이사들에 대신 책임지라고 엄청난 회유와 압박이 이뤄졌다.”

 내부고발을 했지만 일각에선 비판이 나온다. 

“어떤 분은 ‘네가 거기 근무한 것 자체가 문제다’라고 하시지만,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더라면 수사가 제대로 됐을지 의문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2년간 제보를 준비해왔다. 내부에서도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해선 왕따를 당할 정도로 이러면 안 된다고 싸웠다. ‘너 소시오패스냐’는 말도 들었다. DNA필터링이라는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리려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결국 잘 안됐지만. 피해자들께 책임을 통감하며, 반성하고, 사죄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9@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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