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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독재자 하시나 정권 끌어내리자” 4년 만에 독기 품고 돌아온 야당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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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방글라데시 총선
野, 2014년 선거 “불공정” 보이콧… “민주주의 죽었다” 주장하며 하시나 3연임 저지 위해 총력전
與, 연 평균 6% 경제 성장 힘입어 “역사상 이런 지도자 있었나” 자평… 내부 당파 분열로 판세는 혼전
“더는 선거를 보이콧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7일 방글라데시 대법원 앞에선 야당 연합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의 공격 목표는 집권 여당 아와미리그(AL) 대표이자, 3연임 집권에 도전하는 셰이크 하시나(71) 총리였다. 야당 연합 대표 정치인 카말 호세인(81)을 주축으로 각 지역에서 올라온 변호사들과 군소 야당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사실상의 총선 출정식이기도 했다.
이들은 2014년 치러진 총선에는 선거 불공정을 문제 삼아 불참했지만, 결국 독재의 길만 열어준 꼴이 됐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 앞에 모인 이유도 야당 출마자들에 대한 정치 탄압을 멈추라는 항의 차원이었다. 집회에선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죽었다”, “(하시나 정권) 괴물을 하루빨리 물리쳐야 한다”는 반 정부 구호들이 넘쳐났다.
12월 30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방글라데시 정국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야당 보이콧으로 싱겁게 끝났던 4년 전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3연임 성공으로 장기집권의 길을 열겠다는 하시나 총리와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대대적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야권 연합이 한 치의 양보 없는 정면 승부를 앞두고 있다.
◇”먹고 살기 좋아졌다” VS “정당성 결여한 독재정권”
2009년과 2014년에 연거푸 선거에 승리해 현재까지 9년째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하시나 총리의 가장 큰 업적은 경제 발전이다. 각종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재임 기간 평균 6%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고, 올해와 내년의 경우 7%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빈곤율 역시 8년 전 18%보다 3% 떨어졌고, 방글라데시의 평균 수명 역시 73세로 인도의 66세보다 높다.
미국의 보수 성향 비영리단체인 국제공화주의 협회(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IRI)는 방글라데시 국민 10명 중 7명이 먹고 살기 좋아졌다고 현 정권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홍콩 기반 영자 매체인 아시아타임스는 하시나 총리 취임 이후 △의류 등 제조업 수출로 산업 기반 다양화 △외국인투자 확대 △여성의 교육 및 경제 활동 확대 등이 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힝야족 난민 문제를 원만하게 대응했고, 중국과 인도 등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는 점 역시 국제사회로부터 긍정 평가받고 있다. 아와미리그 사무총장은 “방글라데시 역사상 이보다 더 괜찮은 지도자가 있었냐”면서 “하시나 총리의 인기가 너무 좋다 보니,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출마자들조차 넘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연합은 하시나 총리를 권위주의적 통치자로 규정하고 있다. 야당 대표선수로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호세인을 내세우는 배경도, 반쪽 짜리 총선에서 승리한 정권인 만큼 정통성이 약하다는 점을 꼬집기 위해서다.
하시나 총리 집권 이후 야당 탄압도 횡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시나 총리의 오랜 정적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대표였던 칼레다 지아(73) 전 총리는 지난 2월 총리 재임 기간 자선 기금 7억 원 가량을 횡령 남용했다는 혐의로 7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야당에선 총선을 앞두고 최대 라이벌의 손과 발을 묶어두려는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며, 지아 전 총리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철창 신세로 전락한 정치인들은 지아 전 총리뿐만이 아니다. 방글라데시 인권단체 오디카(Odhikar)는 지난 9월에만 사법 당국이 야당 지도자와 시민단체 활동가 30명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다는 보고서를 냈다. 방글라데시 변호사 제이오미트로리 브루라는 “야권 인사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강제로 잡혀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하시나 총리의 독선적 국정 운영 행태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통과된 디지털보안법이 대표적이다. 공동체 질서와 안정을 해치는 정보를 게시했을 경우 최대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악법이란 비판이 나왔다. 국제 앰네스티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정부에 도전하는 야당 목소리를 억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시프 나주르 다카대 법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은 날마다 악화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민주주의 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말했다.
민심 역시 심상치 않다. 지난해 8월 IRI가 실시한 심층여론조사에선 집권 세력과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실벳 시골 출신의 한 여성은 “이제 모든 일이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랑푸르 출신의 한 남성은 “정치인들이 후원금을 요청하며 협박을 일삼고 있어 사업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야당 4년 만에 의기투합, 여당 압승 확신 못 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 압승을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여당 내부 당파주의가 선거 승리에 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와미리그 소속으로 공천을 받으려는 대기자가 4,000명에 달하는데, 하원 전체 의석은 300석에 불과해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판세가 혼전 양상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전 고위 관리는 SCMP에 “당파주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공천 탈락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당 지지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나눠 가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 내부 분열이 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젊은 층의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도 관건이다. 유권자의 20%에 달하는 이들은 2009년과 2014년 선거에서 경제 이슈를 선점한 하시나 총리의 강력한 우군이었지만, 이번에도 또 지지에 나설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올해 처음 투표에 나선다는 대학생 살마 애시라피 토노야(19)는 “방글라데시에 덜 나쁜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율도 변수다. 역대로 여야가 나란히 참여해 공정하게 치른 선거에선 투표율이 높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유권자들은 투표 자체를 포기했다는 점에서다. 야당이 선거에 불참한 지난 총선의 투표율은 22%에 그쳤다.
외신들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총선이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IRI는 “방글라데시에서 공공서비스와 민주주의에 대한 환멸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선거 참여는 국민들의 불만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1971년 독립 이후 방글라데시의 민주주의는 일당 지배와 군사 통치, 평화로운 정권 교체 등으로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는 것처럼 늘 변화해 왔다”며 “하시나 총리가 야당의 견제를 보장한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수용할지, 아니면 억압하며 길들이는 강압 정치를 이어갈지 이번 총선 결과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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