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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뱃속에서 500㎖ 페트병이…해양쓰레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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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안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500㎖ 페트병이 발견됐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꽃게잡이에 20년째 종사하고 있는 어민 황모(48)씨는 지난 19일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중 아귀 10마리를 잡았다. 황씨의 그물에 주로 잡히는 건 꽃게지만, 이날은 아귀도 딸려 올라왔다. 아귀는 이빨로 먹이를 씹지 않고 그대로 흡입해 삼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 덕분에 아귀를 잡으면 먹이로 먹었던 새우나 멸치, 꼴뚜기 등이 이빨에 씹히지 않고 원래 형체 그대로 뱃속에 남아 있어 어민들에겐 덤으로 수익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황씨는 잡은 아귀 10마리 중 가장 큰 아귀의 배가 유독 부푼 것을 보고 기대에 차 배를 갈랐다가 깜짝 놀랐다. 50㎝에 달하는 아귀의 내장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던 것은 500㎖ 용량의 페트병이었다. 뚜껑과 라벨은 없었고 약간 구겨져 원형에 약 80%쯤 되는 크기였다.
황씨는 “페트병이 아귀 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아귀는 살아있을때 먹이도 아주 조금밖에 먹지 못해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며 “아귀의 일생이 불쌍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물고기 배를 갈랐을 때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나 라면, 과자 봉지 등이 나온 적은 있지만, 이렇게 온전한 페트병이 나온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황씨는 “부안 인근이 타 지역에 비해 물이 맑은 편인데도 이런 일이 발생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부안 지역 어촌계는 이 같은 일을 막고자 전부터 해양 쓰레기 제거 작업 등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어촌계 어민들은 틈나는대로 바다 위에 떠다니는 부유물들은 물론 바다 밑에 가라앉은 쓰레기들도 치우고 있지만, 최근 들어 테이크아웃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이 부쩍 늘어나 고민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이인규 활동가는 “오래 전부터 어민들이 앞장서서 해양 쓰레기를 치워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씁쓸하다”며 “우리 밥상에 올라가는 먹거리를 생각해서라도 환경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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