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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시신 없는 살인, 독극물 소지 등 간접증거 들어 혐의 인정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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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강서 무속인 보험사기 사건
‘강서 무속인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주범 안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직접 살인을 하고, 그 시신을 자신의 것으로 바꾼 것으로 보일 다수의 정황을 확보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법원에 내밀지 못한 탓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강윤석 현 서울경찰청 의료수사팀장은 “시신이 이미 화장된 터라 살인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거라고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시신이 없으니 신원을 알 수 없고, 당연히 사인 등도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신 없는 살인’이라고 해서 모두 혐의 입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강서 무속인 보험사기 사건 재판부 역시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해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물론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선결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 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지만 말이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2008년 대법원은 대전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60대 A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확정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 아내가 실종 당일 집에 들어가는 모습, 이틀 뒤 새벽에 A씨가 집에서 쓰레기봉투 5개를 들고 나와 승용차에 싣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주목했다.
강서 무속인 보험사기 사건과 유사한 노숙인 살인에 대한 유죄 판결도 앞서 있었다. 부산고법 형사2부는 2013년 노숙인 김모(31)씨를 살해해 화장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손모(48)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손씨는 자신의 이름 앞으로 여러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김씨 시신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독약 중독 증상을 보인 점 △손씨가 범행 무렵 여러 차례 독극물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한 점 △손씨가 독극물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등 간접증거를 들어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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