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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혐오 치닫는 이수역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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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에 엄중 처벌 요구
남성측 “한 쪽 말만 듣고…” 반발
경찰, 일단 여성이 원인제공 파악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벌어진 남녀 폭행 사건이 극심한 젠더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 조사가 본격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인터넷 상에서 가해자는 남성이라는 여론몰이가 일자, 남성 측이 ‘한쪽 주장만 듣고 몰아세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진실과 무관하게 사건을 매개로 남녀 간 증오와 혐오만 폭발하는 모양새다.
사건은 A(21)씨 등 남성 일행 3명과 B(23)씨 등 여성 일행 2명이 13일 오전 4시쯤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이수역 한 주점에서 서로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양 측이 서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자 목격자 조사와 폐쇄회로(CC)TV 분석 후 다시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귀가 조치했다.
이후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이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남성이 밀쳐 계단에 머리를 찧으면서 (한 명은) 뼈가 거의 보일 정도로 뒤통수가 깊이 패였다. (남성들이) 말로만 듣던 메갈 실제로 처음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 인신공격도 했다’는 주장이다.
글은 인터넷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일방적인 폭행’이라는 결론이 내려졌고, 급기야 사건에 연루된 남성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순식간에 30만이 넘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각종 온라인 공간에는 ‘쇼트커트라는 이유로 사람이 맞았다’ ‘여혐(여성혐오)민국의 현실’ 같이 남성 일행의 일방적인 가해를 주장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사건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당시 주점에서 B씨 일행과 시비가 붙었던 커플이라는 네티즌은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는데 B씨 등이 ‘한남 커플’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비아냥댔다”며 “B씨 일행이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하는 A씨 일행을 촬영하면서 싸움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여성의 남혐(남자혐오)으로 시작된 사건’ ‘여성들이 거짓말하고 있다’ 등 여성 일행을 공격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정작 사건을 조사해야 할 경찰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단이나 경위, 피해상황 등을 수사하고, 정당방위 해당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목격자 진술과 CCTV 영상을 통해 B씨 일행이 먼저 소란을 피우고 신체접촉을 한 점까지 확인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문제 해결’이라는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갈등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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