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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남북 화해시대의 한미동맹

입력
2018.11.14 04:40
30면

50차 SCM, 한미 요구 조화롭게 수렴

한반도평화 위해 한미동맹 강화 확인

동맹자산, 평화의 공공재로 발전시켜야

미국은 전 세계에 48개의 동맹국가들을 갖고 있다. 28개국에 달하는 유럽의 나토 회원국 외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5만 명의 병력이 참가한 가운데 실시된 나토 연합훈련처럼, 미국은 아태지역 국가들과 각각 킨소드, 테리스맨 세이버, 바리카탕, 코브라골드 등의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지원 공약을 이행한다.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는, 상대적 약소국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개별 국가들의 안보는 물론 국제질서에서의 위상을 높이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냉전시대 종료 이후 미국의 동맹체제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구성 멤버와 연합훈련 양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한때 미군기지를 철수시켰던 필리핀은 역내 정세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다시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적극 재개하고 있다. 베트남의 지식인 투옹 라이는 수년 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과 동맹을 체결한 한국 일본 대만 등이 모두 발전을 이룩한 반면,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한 북한 쿠바 라오스 등은 저발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통찰에 입각해 놀랍게도 그는 한때 미국과 전쟁을 벌인 바 있는 베트남도 대미 동맹을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식 동맹이 아닌 베트남과 싱가폴 등이 수시로 미국 함정의 자국내 항구 기항을 환영하는 것은 역내 질서의 불안정성 증대 속에서 초강대국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주요 안보수단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올해 들어 남북 정상 간에 판문점공동선언과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군사합의서가 극적으로 공표되었고, 북미 정상 간에도 싱가폴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한미동맹의 존재 의의에 대한 논의가 대두된 바 있다. 전통적인 북한 주적관의 변화 및 한반도 긴장완화 조짐 속에 한미동맹이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었다.

10월 31일 한미 국방장관 간에 개최된 제50차 SCM에서 합의된 연합방위지침과 공동성명은 남북 화해시대에도 한미동맹이 여전히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강화돼야 한다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연합방위지침을 통해 양국 국방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루어진 후에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주둔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한 그 경우 한미연합사는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이 되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에 보직되는 방식으로 재편된다는 점도 최초로 확인했다. 아울러 남북 간 군사합의서 이행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현 전력수준을 유지하면서, 변함없이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 그리고 미사일 방위전력을 동원한 확장 억제를 제공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제50차 SCM의 이 같은 합의사항은 남북 화해의 추진에도 불구,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켜 한반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안보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양국의 전략방향이 다듬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공표된 국가안보전략서와 올해 10월 펜스 부통령 연설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의한 위협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통한 평화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은 보다 대등한 동맹관계의 구축 필요성에서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과 한국 주도의 미래연합사 구성을 희망해 왔다. 이러한 양국 입장이 이번 SCM을 통해 조화롭게 수렴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북 간 화해협력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동북아 지역 전체적으로는 신냉전 질서의 불안정성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지역질서 안정이라는 험난한 강을 건너기 위해서라도 한미양국은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정신으로 귀중한 동맹자산을 평화의 공공재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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