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폭행 피해교수 “3시간 폭행, 고소해도 무혐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 등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이 2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위디스크 운영사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양 회장은 위디스크의 실소유주다. 연합뉴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대학 교수 A씨가 폭행의 이유와 진상을 밝혔다. 가족까지 위협을 당한 A씨는 폭행, 협박의 증거를 첨부해 양 회장을 고소했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A씨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피해 사실을 육성 고백했다. 그에 따르면 폭행은 2013년 12월 2일 판교에 있는 양 회장의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양 회장과 그의 동생, 친구 3명 등 5명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A씨를 돌아가며 때렸다. A씨는 “가래를 손으로 쓸어다 입에 처넣고 구두를 핥으라고 했다”면서 “영화보다 더한 일이 저에게 일어났었다”고 주장했다. 양 회장은 폭행 직후 200만원을 A씨의 주머니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이른바 ‘맷값’이라는 주장이다.

A씨는 가족까지 협박을 받았다고 했다. 폭행이 있던 날 가족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다 적으라고 했다. A씨는 “제발 아이들 것만은 안 된다고 울면서 빌었지만 폭행이 이어져 결국 적었다”면서 “그 일이 끝나고 아이들 자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양 회장이 기자에게 ‘어린 자식들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 마음을 이해해달라, 취재 좀 그만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치가 떨리고 피가 끓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A씨의 형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A씨를 찾는 문자를 보내며 협박했다. 협박에 시달린 가족들이 도망을 가기도 했다고 A씨는 말했다.

폭행의 원인은 양 회장이 자신의 아내와 A씨가 불륜 관계라고 의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학) 동창생이었을 뿐이고 우연찮게 연락이 닿아 만난 적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양 회장이 마약을 투약하고 아내에게도 마약을 먹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마약을 한 상태에서 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사와 불륜 관계가 아니냐고 아내를 추궁하다 때려 코뼈가 부러진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폭행을 당한 후 불안함에 떨다가 양 회장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귀국해 경찰에 신고했으나 검찰은 양 회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양 회장이 협박을 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 가래침이 묻은 옷, 진단서 등 관련 증거를 모두 제출했으나 소용 없었다. A씨는 “양진호가 ‘내 동생이 화나서 때렸다고 하면 된다. 벌금 정도 나오겠지’라고 말했는데 1심에서 그렇게 결과가 나왔다.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단 한 차례 조사받는 것으로 무혐의 처리됐고, 동생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A씨는 걱정이 앞선다. 유명 변호사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3심까지 그 오랜 세월 재판에 불려 다녀야 할 텐데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하고 힘들게 싸워야 할까 하는 생각에 벌써 힘이 든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