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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마지막 기회] 오세훈법 ‘정치 진입장벽’ 풀어 제2 노회찬 비극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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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회찬 비극 막을 정치제도 개선
정치자금법 등 원외 정치인ㆍ신인 활동에 족쇄
지구당 부활ㆍ개인후원 허용 등 노회찬법 발의
정치를 하려면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을 운영하려면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치자금은 정치인에게 양날의 검이 된다. 선거 때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지만, 한 끗 차이로 ‘정치 괴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정치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거제도 개혁이 공론화 될 때마다 정치자금 제도가 핵심 쟁점이 되는 이유다.
‘노회찬 사건’에서 보듯 정치 괴물이 되는 건 대체로 여의도 울타리 밖에서 활동하는 원외 정치인들이다. 정치자금법이나 정당법이 현역 국회의원 중심으로 짜여 있어 원외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은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신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생명을 걸고 활동을 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깨끗한 정치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금의 정치자금법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진입 장벽을 높여 정치 개혁을 후퇴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자금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것이 제2의 노회찬 사건을 막을 뿐 아니라, 정치 활동이 활발해져 정치권 스스로 개혁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세훈법’이 일군 개혁, 14년 방치한 사이 ‘노회찬 비극’으로
우리나라의 정치적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린 법으로 평가 받는 게 ‘오세훈법’이다. 오세훈법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불리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ㆍ정당법ㆍ공직선거법 등 3법을 한꺼번에 일컫는 말이다. 정치자금 모금의 통로로 지적된 지구당을 폐지하고,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금지했다. 무엇보다 특정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막아 개인 후원을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게 했다. 오세훈법은 당시 ‘돈=당선’이란 공식을 깨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부정부패를 낳는 금권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등 정치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오세훈법이 적잖은 성과를 냈지만, 문제는 유통기한이 지났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금 사용이 줄고 금융거래가 투명화 되면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높게 올려 친 울타리가 도리어 정치 신인의 도전을 막는 장벽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치에 필요한 돈과 조직을 지나치게 묶는 탓이다. 조직의 기본이 되는 지구당이 사라지고, 현역 국회의원이 아닐 경우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역효과를 낳았고, 노회찬 전 의원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노 전 의원 사건은 전국구 스타 정치인도 배지를 떼면 족쇄가 묶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최영호 더불어민주당 광주 동남갑 지역위원장은 “경선 비용은 전부 본인 돈으로 치러야 하는데 여유 자금이 없으면 경선도 뛰기 힘들다”며 “선거 전에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나친 규제 탓에 여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정치 활동을 벌이기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 정치 환경인 셈이다.
이에 따라 지금은 14년 전과 달리 정치자금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고 정치문화도 달라진 만큼 선거 관련 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적 투명성이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 민의 수렴을 위해 정치인들의 활동 제약을 풀자는 것이다.
◇현역ㆍ원외 정치인 차별 줄이고 신인들 제한 풀어줘야
문제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현역ㆍ원외 간 차별로 생긴 진입장벽이다. 현역의 경우 지역사무소를 차릴 수 있고, 언제든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원외 정치인은 지역사무소를 둘 수 없고, 정치후원금은 선거 120일 전 예비후보 자격을 가질 때에만 모을 수 있다. 선거운동 기간도 현역이 길 뿐 아니라, 후원금 상한액도 현역의 경우 원외 정치인(연간 1억 5,000만원)의 두 배인 3억원이다.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신인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풀어줘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인에게도 활동의 기회를 부여하고 현역 프리미엄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 이른바 ‘노회찬법(정치자금법ㆍ정당법 개정안)’이다. 폐지된 지구당 제도를 부활하고, 후원회를 통해 연간 5,000만원 내에서 정치후원금을 모을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개인 후원도 연간 300만원까지 허용했다. 대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 내역을 7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했다.
선거에 여유롭게 임할 수 있도록 사전 선거운동이 가능한 예비후보 등록일을 선거일 전 180일 이상으로 늘리자는 방안도 제시된다. 구본철 전 자유한국당 인천 계양갑 당협위원장은 “정치권에 새로 진입하는 분들이 현 제도에서는 지역구 활동을 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며 “돈은 묶어도 입을 풀게 해야 한다. 원외 정치인에게도 상시 선거운동을 허용해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법률에 명시된 행위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인 데다, 선관위의 규제가 촘촘해 선거운동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관료주의로 흘러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어느 나라든 법문이 가장 긴 건 상법인데 우리나라는 선거법이 상법보다 길 정도로 너무 복잡하다”며 “규제가 너무 세고 법 위반 여부를 선관위에 물어야 알 수 있어, 민주주의가 관료제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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