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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마지막 기회] “회계 투명성 확보 전제로 지구당 부활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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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회찬 비극 막을 정치제도 개선
“변호사 사무실ㆍ싱크탱크… 당협위원장들 사실상 지구당 운영 중”
국회 정치개혁특위 발족과 함께 지구당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구당은 ‘돈 먹는 하마’, ‘불법 정치자금의 근원’ 이란 꼬리표를 달고 2004년 폐지됐지만 이후에도 현재까지 부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폐지 이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편법들이 난무했고, 특히 지구당 폐지가 원내⋅외 정치인의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내면서 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지구당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고비용 정치를 없앤다는 명목이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기회도 함께 사라져버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온 것이다.
이와 관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일 통화에서 “과거 비민주적 운영의 온상으로 지적된 지구당을 폐쇄했지만, 편법적 운영에 따른 문제점이 지속됐고 폐지로 인한 실익도 크지 않았다”며 “이제는 지구당 부활에 대한 실질적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주의환기 했다. 우 의원은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일명 ‘노회찬법’(정당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해둔 상태다. 해당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21명과 정의당 의원 3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원외 정치인의 경우에는 지구당 부활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경남 창원성산 당협위원장을 역임한 강기윤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지금 여야 할 것 없이 지구당 부활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구당 폐지로 인한 원내ㆍ원외 정치인의 차별 문제”라며 “원내든 원외든 지역에서 사무실을 갖추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현행법상 원외 정치인은 지역 사무실 설치, 유급 직원 고용이 모두 금지될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후원회 설립도 불법이다.
지구당을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도 있었다. 5ㆍ16 군사정변 다음해인 1962년 말 제정된 정당법에 근거해 생겨난 지구당은 태생부터 조직 동원, 여론 형성 등 집권여당의 정치적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지구당은 병폐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자발적 당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당위원장은 조직 운영을 위해 막대한 불법정치자금을 마련해야만 했고 그만큼 제왕적 권력도 행사했다. 결정적으로 2002년 한나라당(옛 한국당)의 불법 대선 자금 모금 사건(차떼기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고, 지구당을 완전히 폐지하는 이른바 오세훈법(정당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이 국회를 통과했다. 상대적으로 진성 당원이 다수였던 민주노동당(옛 정의당)이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지구당 폐지 직후부터 현재까지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도 지구당 폐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당원협의회라는 대체 조직을 부활시켰다. 한 지역구 의원 보좌관은 “지구당을 폐지했지만 지금도 당협위원장들은 변호사 사무실, 싱크탱크 등 각종 명목으로 사무실을 차려놓고 사실상의 지구당을 운영 중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구당 폐지 탓에 오히려 사이비 지구당이 득세해 이전보다 더 음성적 정치조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민의를 취합하고 이를 대변하는 지구당의 긍적적 측면이 사라져 대의 민주주의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정당의 기초 민의수렴기구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헌법 전공자인 조한상 청주대 교수는 “정당 하부조직의 불법이나 부조리 근절을 위한 강력한 통제 수단을 마련한다면 지구당이든, 당원협의회든 정당이 각자의 현실에 맞게 지지자들의 민의를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헌법의 정신”이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정개특위에 당대표의 사당화 방지와 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구ㆍ시ㆍ군당을 도입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보고한 상태다. 지구당 부활의 핵심 사안인 사무소 설치도 지방의회 청사에 마련해 비용을 줄이고 당비 및 후원금의 수입ㆍ지출에 대한 보고 의무를 부여해 회계투명성도 높이는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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