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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ㆍ고용 세습 파헤쳤지만… 선동열ㆍ백종원 불러 국감 희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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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성적표] 연말 예산 정국 앞두고 의원ㆍ부처 간 로비의 장 변질도
올해 국정감사도 종착역에 이르고 있다. 다음달 초까지 국회 운영위와 정보위 등 일부 겸임상임위 국감이 남아있지만, 29일 대부분의 국감이 마침표를 찍었다. 중반 이후에 터진 유치원 비리와 고용세습 의혹 등을 통해 여야가 일부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국감 전체를 조망해 보면 그간 제기됐던 몰아치기식 감사 등의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의원들의 홍보나 민원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또 이 과정에서 입법부와 행정부, 민간영역에 이르는 반대급부 주고받기식 카르텔이 공고화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로 떠오른 것만 봐도, 건드리기 민감한 그들만의 카르텔이 얼마나 견고한지 역설적으로 드러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선동열 후폭풍에 백종원한테 지역 민원까지
이번 국감은 첫날인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진행된 선동열 국가대표 야구팀 감독 증인 출석부터 논란이었다. 선 감독에 대한 질의에 나선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무제한 판공비 의혹과 근무시간 문제를 제기하다 “사퇴하라”고 호통을 쳤고,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비교가 불가능한 선수들의 기록을 들고 나와 대표팀 선수선발 의혹을 추궁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는 질의라는 점에서 되레 이들 의원들을 향한 비난만 폭주했다.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의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는 외식사업가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백 대표의 참고인 출석을 요청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질의 도중 백 대표를 향해 “여수시에서 청년몰을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꼭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백 대표도 “여수에 꼭 가겠다”고 답했다. 여수가 지역구인 이 의원이 사실상 지역 민원이나 다름없는 얘기를 국감 질의 중에 꺼낸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이런 장면을 지켜 본 국회 관계자들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0년 넘게 국정감사를 치른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주말을 제외하고 사실상 열흘 남짓한 기간 700곳 넘는 기관들에 대한 전 세계적으로도 선례를 찾기 힘든 몰아치기식 국감이 진행되다 보니 당연히 발생하는 일”이라며 “왜 동물학대 논란까지 제기될 지경에 이르렀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루에 32곳…김치연구소와 천문연구원을 같은 날 국감
실제 올해 국감 첫날인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를 비롯해 산하기관 등 무려 32곳의 감사를 하루에 진행했다. 남북 군사합의 문제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등 국방부 한 곳에 걸쳐 있는 이슈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란 상황이지만 이날 위원장과 국무위원(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빠진 의원들을 제하면 여야 15명의 의원들이 32곳에 대한 국감을 하루에 실시한 것이다. 같은 날 진행된 여러 기관들의 성격도 제 각각이다. 지난 22일 26곳의 감사를 실시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경우, 감사 대상에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등 공통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기관들이 대부분을 채웠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개별 의원마다 많아야 10명 안팎의 보좌진으로 그 많은 해당 기관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준비한 질의도 제대로 다 못하고 끝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자료 요구는 물론 의원측에 대한 피감기관의 제출작업도 갈수록 허술해져 국정감사의 기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과거 3, 5년치 자료를 요구하다 원하는 결론이 안나오면 10년으로 범위를 늘려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계를 맞추는 건 이제 일상화 된 패턴”이라고 꼬집었다.
◇의원실-행정부-기업간 민감한 자료·증인출석과 암묵적 민원 거래는 당연시
더 큰 문제는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감이 국회의원과 행정부처, 기업 및 이익단체 간 암묵적 로비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진 의원실 보좌관은 “국감이 끝나면 예산 정국에 들어가는데 예산이나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에 민감한 의원들은 이 부분을 의식하고, 정부의 담당 부처들도 이미 각 의원실의 이런 수요를 꿰뚫고 국감에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사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논란이 됐던 대기업 총수들의 증인 출석 문제도, 이제 의원-기업 간 거래 창구로 이용되는 게 현실이다. 한 기업 대관업무 관계자는 “대놓고는 못하지만 기업 총수나 대표들의 증인 출석 문제로 의원실을 찾으면 노골적으로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가 대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고 말했다. 결국 감사에서 나온 지적 사항들에 대한 후속조치도 더 강화해야 이런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홍금애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집행위원장은 “공무원들이 국감장에서 ‘시정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하는데 그 순간만 면피하는 게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시정조치실명제 도입 등을 통해 감사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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