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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팩트] 개기일식이 일어나자 벌은 ‘일시 정지’했다

입력
2018.10.30 17:34
개기일식이 발생한 시각, 벌의 움직임이 일시 정지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픽사베이
개기일식이 발생한 시각, 벌의 움직임이 일시 정지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픽사베이

달이 완전히 태양을 가려버리는 ‘개기일식’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특히 2017년 8월, 미국 전역을 약 100분간 그림자로 덮어버린 우주쇼에 미국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죠.

그런데 사람들을 감탄하게 한 개기일식이 곤충들에게는 세상이 멈추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미주리대 생물학과 칼디스 갈렌 교수 연구팀은 2017년 8월의 개기일식이 벌어지는 시간동안 벌의 움직임이 한동안 멈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갈렌 교수 연구팀은 미국 16개 지역에서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의 움직임을 관찰했습니다. 벌이 꽃 주변에서 움직일 때 ‘붕붕’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나는 데 착안해 꽃잎에 작은 마이크를 붙여서 녹음한 다음 소리를 통해 벌의 움직임을 파악한 거죠. 이 작업에는 미국 전역의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400여명이 참여했는데요, 그 결과 일식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벌들의 날갯짓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요? 갤런 교수는 빛과 온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꽃은 밤이 되면 벌과 같은 곤충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꽃잎을 닫아버립니다. 일식 때문에 태양광이 밤처럼 급격히 줄었고, 꽃잎이 닫혔으니 꿀을 채취하는 벌의 움직임도 멈췄을 것이라는 추측이죠. 게다가 대부분의 곤충은 땅에서 지상 1.5m 정도 높이의 기후 변화에 민감하다고 합니다. 태양광이 줄어 미세하게 온도가 떨어진 것도 벌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일식이 동물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벌의 일만은 아닙니다. 1991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일식 때는 매미가 울음을 완전히 멈췄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식이 발생하면 고래와 돌고래가 수면으로 올라온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보았을 때는 그저 신기하기만 한 일이 동물들에게는 엄청난 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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