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네, 필요할 때, 돈에 맞춰서… 이런 부동산 투자는 실패”

입력
2018.10.23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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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전문가 정은숙씨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투자 초보자가 범하기 가장 쉬운 실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부동산 투자전문가 정은숙씨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투자 초보자가 범하기 가장 쉬운 실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자신이 알고 있는 동네에서, 자신이 필요한 시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에 맞춰서 부동산을 고르는 것이 가장 잘못된 투자 방식이다.”

부동산 투자전문가 정은숙(36ㆍ필명 메디테라)씨는 부동산 투자 초보자가 범하기 가장 쉬운 실수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이런 분들은 ‘부동산 신(神)’이 와도 구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부동산 (상승)흐름이 예상될 때,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출을 받아서 상승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물건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씨는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와 중ㆍ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를 지낸 특이한 이력을 지닌 투자 전문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정씨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간호사와 교사의 길을 선택했지만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 삶이 달라졌다.

아들은 생후 6개월부터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더니 돌을 전후해 전신으로 퍼졌다. 아이는 진물과 출혈이 반복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고 정씨는 아이가 몸을 긁지 못하도록 매일 남편과 번갈아 가며 밤샘 보초를 서야 했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그는 직장을 휴직한 채 피부과와 한의원 등을 전전했다. 장기 휴직으로 급여가 나오지 않다 보니 남편 월급만으로 매달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아이 치료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리던 그 시기에 정씨는 우연히 오피스텔에 투자해 월세를 받고 있다는 지인의 자랑에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씨는 전업 부동산 투자를 한 지 3년여 만에 아파트, 오피스텔 등 부동산 20여 채를 운용하고 있다. 그새 ‘부동산 처방전’ 등 투자 안내서를 3권이나 펴낸 그는 부동산중개법인에서 투자 상담을 하면서 부동산 전문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정씨와의 일문일답.

-이력이 특이하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2년 근무하다가 임용고시를 보고 학교 보건교사로 9년 재직했다. 그러다가 둘째(아들) 출산휴가 들어갔는데 아이 건강이 안 좋아 제때 복직할 수가 없었다. 아토피 증상으로 전신에 발진이 일어나서 진물과 피까지 나올 정도였다. 2년 가까이 남편 벌이로만 아이 치료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부동산 재테크였다. 시작해보니 수익도 나고 적성에도 맞아서 1년 반 정도 직장 다니며 투자하다 전업 투자자로 돌아서게 됐다.”

-가장 성공한 투자 사례는.

“투자 초기에 자가를 전세로 바꾸고 그 차액으로 투자를 시작했는데 2016년 11ㆍ3 대책 발표 직후라 서울 부동산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때 시세보다 3,000만원 저렴하게 샀는데 사자마자 2~3주 만에 시세 회복되고 한두 달 지나자 바로 2억원이 올랐다.”

-앞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서울에서 주택 거래가 중단됐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동의할 수 없다. 호가가 빠진 것이지 실거래가는 9ㆍ13 대책 발표 직전과 비슷하다. 이런 분위기도 오래 못갈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안정세는 두세 달도 지속되지 않았다. 학습효과가 있어서 이런 안정 기간이 점점 짧아질 것이다. 시장은 수요 공급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선 정부 규제만으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집을 사야할까.

“지난해 8ㆍ2 대책 발표 직후 집값이 2개월가량 조정을 받았을 때도 서울 알짜단지를 산 사람은 5억원 차익을 냈다. 대책 발표 후 잠깐 주춤할 때가 그나마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본인이 자산이 되고 상황이 된다고 하면 사는 게 맞다고 본다.”

-무주택자들의 투자 전략은.

“본인이 특별공급 대상자가 되고 가점이 높다면 당연히 청약을 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 트렌드는 신축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승 여력이 있는 지역을 골라야 한다. 초보자들이 많이 실수하는 것은 본인이 알고 있는 동네에서, 본인 돈에 맞는 집을 고른다는 점이다. 시기도 본인이 필요할 때 산다. 부동산은 흐름을 타서 사야 한다. 살 때도 본인이 갖고 있는 돈이 아니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설정해서 그 범위에서 집을 선택해야 한다.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라. 상승 여력이 많은 지역을 먼저 고른 후 그 안에서 자금이 되는 단지를 골라야 한다.”

-어느 지역을 추천해줄 수 있나.

“지금 송파가 기회의 시기다. 1만 세대의 헬리오시티가 입주한다. 헬리오시티 입주 시기에 가격이 안 흔들릴 수가 없다. 정부가 대출을 막아놔서 자금을 마련 못한 투자자들은 급매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현 시세보다는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입주장이다. 새 집에 들어가고 싶은 분들은 입주장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내년 1월부터 3월 초까지 입주장이 열릴 것이다. 그 기간 동안 하루 단위로 모니터링해 저점이라고 생각되면 잡아야 한다. 돈이 없다면 송파의 구축 중 입지 좋은 곳을 잡아야 한다. 헬리오시티 입주가 끝나고 조정이되면 구축이 ‘키 맞추기’를 할 것이다. 강동구 고덕ㆍ상일동도 물량이 많다. 송파와 같은 맥락이다.”

-지방 쪽에 투자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은.

“지금 지방은 기본적으로 경매를 통해 매입해야 한다. 저점을 찍고 반등할 때 경매로 매입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저점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법이 있다. 시장을 최소 6개월간 지켜보면서 미분양 물량과 악성 물량이 소진되는 양상을 봐야 한다. 물량 소진이 6개월 가까이 꾸준히 이어지면 저점에 왔거나 저점을 지났을 때다.”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교사를 그만둘 때 10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시간적ㆍ정신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년 내 30억원을 만들어서 서울 핵심 지역에 상가건물을 사고 싶다. 그 정도 임대수익이면 사치하지 않는 이상 가족들 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그러면 간호사 경험을 살려 비정부기구(NGO)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부동산 투자 강의도 계속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고 싶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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