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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영 쫓아가 혼내고 싶었지만… 더 큰 위기 걱정돼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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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이파크와 아산 무궁화의 K리그2(2부 리그) 경기를 앞둔 지난달 21일. 자정이 돼가던 시각 부산의 한 호텔에서 일찌감치 잠에 든 박동혁 아산 감독의 휴대폰이 연신 울려댔다. 선수단 살림을 맡고 있는 팀 매니저의 전화였다. 그는 “지금 찾아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박 감독의 방에 찾아온 매니저 옆엔 주전 수비수 이한샘(29)이 쭈뼛쭈뼛 서있었다.
한밤중에 무슨 소란인가 싶었던 박 감독은 방을 찾아온 이한샘의 얘기를 듣곤 잠이 번쩍 깼다. “장학영 선배로부터 승부조작 제의가 들어와 감독에게 먼저 알려야 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장학영의 소재를 묻자 “우리가 묵는 이 호텔에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당장이라도 뛰어가 장학영을 크게 혼을 내주고 싶었던 박 감독은, 화를 꾹 눌러 참고 코칭스태프 등 최소한의 인원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대책 회의를 했다.
16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박 감독은 “당시 내가 감정적으로 장학영과 마주했다가는 선수수급 중단 사태로 혼란스러운 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어렵게 화를 가라앉혔다”며 “최대한 빠른 대처가 필요했다는 판단이 섰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간이 더 흐른 뒤 신고한다면 장학영이 발뺌할 수도 있을뿐더러, 승부조작 대가로 5,000만원을 제의 받은 이한샘이 고심을 했다는 판단의 여지마저 줄 수도 있단 판단에서다. 이들은 오전 1시쯤 구단을 관리하는 경찰대학과 경찰,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신고 전화를 돌렸다. 무엇보다 이한샘의 신고 의지가 컸다고 한다. 박 감독은 “의경이라면 더욱 더 당연한 선택”이라며 “이한샘이 정말 기특했다”고 했다.
장학영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신고 즉시 출동한 경찰에 긴급체포 됐고, 승부조작 제의를 직접 받은 이한샘도 부산전 당일이던 22일 오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를 맡았던 부산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거액을 제안 받았음에도 한치 고민 없이 신고해 현장에서 (장학영을)체포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박 감독은 “(이)한샘이가 부산전 경기 후 왈칵 눈물을 쏟는 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최근 좋지 않은 일이 한꺼번에 몰린 데 대한 서러움이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아산 선수들은 경찰청이 당장 올해부터 선수수급을 중단키로 한 방침에 절망하고 있다. 당장 내년 3월 전역자를 빼면 다음 시즌 시작시점엔 단 14명의 선수만 남게 돼 K리그에 참가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인 20명을 채울 수 없다. 이 대로면 내년 9월 전역 예정인 이한샘도 내년 K리그에 뛰지 못한다. 박 감독은 “의경 폐지는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왜 스포츠단은 많은 부작용을 남기면서 갑자기 진행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7일 연맹으로부터 부정행위 신고 포상금(7,000만원)을 받은 이한샘 역시 포상수여식 자리에서 활짝 웃진 못했다.
아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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