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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착복한 것도 아닌데… 대부분 장학금 사용” 교수들도 할 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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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탐욕스러운 교수들을 제외하면, 공동관리하는 연구비의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원생 등록금입니다. 장학금 형태로 지급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학생들은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요.”
캠퍼스 밖에서 바라본 연구실 운영 현실은 교수들에게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연구비 유용 혐의를 받는 교수를 대리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통상의 인건비 공동관리와 달리 이 사건은 학생들이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교수는 필요시 공동관리한 금액에서 지출할 비용을 받아 사용했다”라며 “학생을 착취하거나 스스로 착복한 것이 없고 관행을 따른 것인데 벌금 3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교수직을 박탈당하게 돼 가혹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횡령’에 해당하는 범행을 저지르는 일부 교수를 제외하면, 공동관리 인건비 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등록금 지원이기 때문이다. 또 실험기구를 구입하는 등 학생 연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연구실 비용으로 쓰인다. 국내와 해외에서 연구실 생활을 경험한 한 연구원은 말했다. “연구과제를 신청할 때 참여연구원으로 학생 두 명의 이름만 올리면 탈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 과제에 선정되지 못하면 학생 연구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합니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을 연구실에서 내보내거나, 터무니없는 임금을 주며 일을 시킬 수는 없죠. 대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을 사람을 추가로 참여연구원으로 올리고 남은 인건비를 랩비(연구실 운영비용)로 운영하는 겁니다.” 영어논문 작성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실 차원에서 외국어 강사를 고용하는 일도 있다. 이때도 역시 학생들이 갹출하는 대신 랩비를 사용한다고 한다.
목적이 어떻든 연구비공동운영(풀링)은 엄연히 불법이다. 한국연구재단 규정을 어기고 지출한 교수는 제재조치 대상이 된다. 재단 관계자는 “감사는 규정에 근거해서 진행한다”며 “아무리 좋은 구실이어도 규정에서 금지하는 용도로 지출해서는 안 되고, 학생들의 연구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어도 교수가 주도적으로 규정을 어기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생명공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고(故) 박태관 카이스트 교수가 2011년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는 연구비 운영에 대한 압박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에서 연구인건비를 유용한 혐의가 적발됐었다. 그를 아는 한 연구원은 “박 교수는 당시 연구비 유용 문제로 감사를 받으며 해임 혹은 파면 조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과 학교 측의 검찰고발 조치 권고로 힘들어했다”라며 “박 교수 역시 개인적 용도로 연구비를 유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학생 연구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며 학생들 눈치를 보는 교수도 적지 않다.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학생 눈치 보랴, 연구비 적정하게 지출하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조교 장학금을 받는 학생 한 명은 일주일에 이틀 연구실에 나와요. 출근해 자리를 지키다가 약속된 두 시간이 지나면 일이 끝나지 않아도 ‘밖에 엄마가 데리러 왔다’고 말하고 곧장 퇴근합니다. 제 일은 제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일을 대신 시키는 건 전혀 없어요. 그 학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걸 과제 삼아 줬는데 의욕이 없어 보여요. 조언이라도 해주려다 혹여 문제가 될까 싶어 말았습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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