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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이나 리스크" 중국기업 상장폐지로 2700억 피해

입력
2018.10.11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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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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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타일 제조업체 ‘완리’는 2011년 6월 코스닥에 상장된 1세대 중국 기업이다. 앞서 중국 기업 고섬이 코스피에 상장된 지 두 달 만에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들통나 ‘차이나 리스크’가 비등한 상황에서 한국 증시에 입성한 이 회사는 사내 내부통제관리위원회 신설 등 경영건전화를 약속하며 투자자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완리 또한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으며 지난 5월 상장폐지됐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이로 인해 입은 손해는 3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기업이 국내 주식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고섬이나 완리의 경우처럼,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의 60%는 분식회계, 허위공시와 같은 불공정 거래로 투자자를 우롱하다가 퇴출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이 부실한 중국 기업을 국내 증시에 대거 상장시킨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기업 퇴출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한국일보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중국 화풍방직이 코스피에 상장한 이래 국내 증시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모두 23개(코스피 4개, 코스닥 19개)이며 이 가운데 10개가 상장폐지됐다. 특히 이들 10개 기업 중 6개는 회계부정에 따른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5개)이나 시가총액 미달(화풍방직) 등 경영 부실이 드러나 강제 퇴출(코스피 4개, 코스닥 2개)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4개 기업은 스스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외국기업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 추정 손해액=그래픽 송정근 기자
외국기업 상장폐지로 인한 투자자 추정 손해액=그래픽 송정근 기자

상장사의 강제 퇴출은 투자자 피해로 직결된다. 자진 상장폐지를 한 경우엔 해당 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현재 주가에 얼마간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되사기 때문에 투자자 손해가 거의 없다. 반면 거래소부터 퇴출 통지를 받고 상장폐지에 들어가면 주주들은 정리매매 기간 동안 시장에 헐값에 주식을 팔아야 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이들 중국 기업 6개의 상장폐지에 따른 투자자 손해액을 추정했더니 2,6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불성실 공시로 최근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폐지 재활용 업체 차이나하오란까지 합치면 중국 기업 투자자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국내 증시에 발을 들인 중국 기업 중 문제 기업이 적지 않은 이유는 회계 투명성이 우리 기준에 견줘 떨어지는 데다가, 중국 기업 가운데 본토나 홍콩 증시 상장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못해 한국 증시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비우량 기업이 진입할 확률이 적지 않고, 이들 기업이 의도적으로 회계장부 등을 조작할 경우 이를 검증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기업 상장에 관여한 국내 증권사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특히 코스닥에 비해 대형사가 상장되는 코스피의 경우 지금까지 진입한 중국기업 4곳이 모두 강제 퇴출됐는데, 이 가운데 3곳은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1곳은 현대증권(현 KB증권)이 각각 상장을 주관했다. 당시 국내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들이 상장 주관사로 나섰지만 결국 중국 기업의 옥석을 가릴 역량이 부족했던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증권사들이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의욕만 앞선 게 가장 큰 이유”라고 꼬집었다.

거래소는 투자자 피해 방지 차원에서 앞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래소가 상장심사를 강화하더라도 상장 전 단계에서 주관사가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하면 부실 기업이 국내 증시에 입성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금도 10여 개 중국회사가 국내 상장을 추진하면서 국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 체결을 협의 중이다. 김병욱 의원은 “부실 기업 상장이 사전에 차단될 수 있도록 정부는 주관사의 현지 실사를 강화하는 등의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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