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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산책, 회장 손주 놀이터 공사… 한진家 갑질 실태 공개

입력
2018.10.05 11:16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6억원대 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경비원과 계열사 직원들에게 강아지 산책이나 놀이터 공사 등 각종 '잡일'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일 조 회장의 배임 혐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 회장 일가의 '갑질' 실태를 공개했다.

우선 한진그룹 계열사이자 조 회장이 공동 대표인 정석기업 직원들은 수시로 자택에 동원돼 집안일을 해야 했다.

정석기업은 경비용역 대금 16억1천만 원과 자택 시설 유지·보수공사 비용 4천여만 원을 조 회장 대신 낸 곳이다. 조 회장이 공동 대표, 아내 이명희 씨와 자녀들이 사내이사인 데다 조 회장이 지분의 20.6%를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 직원들은 조 회장이 종로구 구기동 자택에 거주할 때는 배수관 보수, 지붕 마감공사 등을 했다. 조 회장 일가가 2013년 1월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한 뒤에는 CCTV 설치, 와인 창고 천장 보수, 페인팅 보수 시공, 화단 난간 설치, 보일러 보수에 동원됐다.

이후로도 정석기업 직원들은 2016년 5월에는 조 회장 손주들을 위해 평창동 자택에 모래놀이터를 만들고, 같은 해 6월 정원에 마사토 시공을 해야 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 경비원들도 경비 일 외에 강아지 산책과 배변 정리, 나무 물 주기, 쓰레기 분리수거·배출도 해야 했다.

자택 경비원 등을 상대로 한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는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를 던지고, 구기동 도로에서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그는 인천 하얏트 호텔 공사현장에서 조경 설계업자를 폭행하고 공사 자재를 발로 차 업무를 방해한 혐의, 평창동 리모델링 공사현장 작업자에게 소리 지르고 손찌검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경찰은 이날 자택 경비용역 대금과 유지·보수 비용 16억5천만원을 정석기업에 대납하게 해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조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서는 조 회장이 배임 혐의 액수를 모두 정석기업에 변제하고 출석 요구에 응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 수사로 마무리됐으나 조 회장의 신병처리는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 회장은 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탈루한 의혹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2014∼2018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때 공정위에 거짓 자료를 제출한 혐의 등으로 서울남부지검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으며 한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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