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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9번의 쓰나미로 19만명 희생…경보체계 있어도 운영 허술

입력
2018.10.03 20:07
수정
2018.10.04 17:5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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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덮친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2004년 12월 26일 수마트라 대지진 이래 동남아 최대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3일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공식사망자와 실종자는 각각 1,400, 100여명이지만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일가족이 몰살하는 바람에 실종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와니에서 강진과 쓰나미 피해 생존자들이 잔해더미를 헤치며 걸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술라웨시 섬을 강타한 이번 강진에 따른 확인 사망자는 이날 현재 1,400명을 넘어섰다.
3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 와니에서 강진과 쓰나미 피해 생존자들이 잔해더미를 헤치며 걸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술라웨시 섬을 강타한 이번 강진에 따른 확인 사망자는 이날 현재 1,400명을 넘어섰다.

쓰나미 피해 막심

APEC기후센터(APCC)와 아세안 재난지원조정센터(AHA센터)에 따르면 지난 30년(1987~2016) 동안 동남아 지역에서는 96회 지진으로 1만5,000명이 사망했다. 건당 평균 158명의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환태평양 지진대의 ‘불 고리’ 중에서도 지각활동이 가장 활발한 인도네시아에서만 72회의 지진이 발생, 1만2,100여명이 사망했다. 이어 필리핀이 2,800명(15회), 미얀마 116명(5회) 등이었다.

쓰나미의 경우 23만명의 사망자를 낸 2004년 12월 쓰나미 이후,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의 사망자가 17만5,000명에 달했다. 아세안 사무국 소속의 인타니 누르 쿠수마 재난조정 담당은 3일 “그 10년간 쓰나미는 단 아홉 차례였다”며 “건당 사망자 수에 있어서 쓰나미를 능가하는 자연 재해는 없다”고 말했다.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한번 일어났다 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는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쓰나미 건당 평균 사망자는 2만명 수준으로, 가뭄(17명), 홍수(35명), 태풍(617명)을 압도한다. 아홉 번의 쓰나미 중 여섯 번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다.

2004년 이후 시스템 구축

‘크리스마스 악몽’으로 불리는 2004년 대참사 이후 조기 경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은 공동 방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당시 지진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지만 인도네시아는 물론 스리랑카, 인도, 태국 등지로도 쓰나미가 몰려가 피해를 입히는 등 재난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범국가적으로 발생했던 만큼 정보 공유와 협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쿠수마 담당은 “아세안 재난지원조정센터(AHA센터)가 구축한 ‘재해정보네트워크(ADInet)’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위험 및 재해에 대해 조기에 경보하고 경과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놓고 있다”며 “그 외에도 재난 관리 종사자와 정책 입안자, 과학자 등을 연결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기반 재난관리 플랫폼(ASDMP)’도 구축을 완료했다”고 소개했다. 아세안은 이 시스템을 바탕으로 2025년까지 재난관리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하지만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는 이 시스템은 지난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아세안 관계자는 “조기경보 시스템이 챙겨야 할 지역이 광범하기도 하지만 시스템 개발에 여러 국가, 원조기관이 간여하다 보니 효율적인 시스템 개발과 운영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각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아세안 지역의 다양한 재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에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독일 등 수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다. 주아세안 대표부 관계자는 “잘게 잘게 쪼개진 사업들이지만 아세안 국가에서는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다”고 말했다.

‘교훈’ 못 살린 2018

이 시스템과 동남아 각국 구석구석에 설치된 경보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했다면 이번 쓰나미 피해 만큼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반둥공대의 내진건축 및 쓰나미 전문가인 하르쿤티 라하유 교수는 “팔루에 경보 시스템이 있었지만 지진으로 인한 정전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팔루 주민들 사이서도 지진 이후에 어떤 경보 사이렌도 듣지 못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주민 피르만(38)은 “사이렌 대신 사람들이 외침 소리를 듣고 쓰나미가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CNN인도네시아에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립지리정보국(BIG) 하사누딘 아비딘 국장은 이번 쓰나미 예보 실패 원인에 대해 “가까운 곳에 관측장비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관측장비들이 도난을 당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04년 사태 이후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했지만 시스템을 운영하는 각 공무원과 이용 주민들의 안전불감증 내지는 낮은 의식수준이 또다시 대형 참사를 빚어냈다는 것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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