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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평양공동선언 이후의 국방전략

입력
2018.10.02 18:38
26면

 군사전략, 국가 차원 대전략과 부합해야 

 남북 군사합의, 평양공동선언 실현 수단 

 한반도 평화정착 위한 현실 전략 필요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은 1988년 표명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기원을 두고 있다. 남북 간에 1차적으로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 구축을 이루고, 이후 남북연합단계에 진입하며, 최종적으로 단일 민족국가를 이룩해 간다는 방안이다. 필자는 이 통일방안이 70년대 후반 김학준 등 소장 학자들이 세계적인 평화연구자 요한 갈퉁이 제창한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 개념을 수용해 한반도 평화의 3단계 방법론을 제기한 것에서부터 발전된 것으로 평가한다. 즉 1단계에서 남북 간에 소극적 평화를 달성하고, 2단계에서 제도적 평화를 구축하며, 3단계에서 적극적 평화를 이룩하자는 구상에서 우리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도출된 것이다.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 그리고 우리측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우리의 통일전략에 비추어 본다면,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1단계 과제 목록에 해당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들 문서들이 남북 간에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교류를 촉진하고, 군사 분야에서의 신뢰 구축을 도모하고, 나아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초기적 이행 약속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가 우리 군의 방어태세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군사적 견지에서 보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MDL 양측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합의한 군사합의서가 대북 억제를 위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노력해 온 전력증강과 연합훈련의 효과들을 감소시키는 측면이 있고, 비핵화에 관한 평양공동선언의 발표 내용도 상징적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군사전략과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증강은 그보다 상위 차원의 국가대전략에 봉사해야 한다. 국가 대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군사전략을 추구할 경우 근본적인 국가이익에 큰 침해를 결과할 수 있다는 점은 제국주의 시대 일본 군부의 폭주 등 전쟁사의 다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 간 신뢰 구축과 군사적 긴장완화, 그리고 다각적인 교류를 통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정부의 국가전략적 결단들을 국방전략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첫째, 평양공동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가 또 다른 남남갈등의 요소가 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여론 주도층에 대한 설명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가대전략의 목표가 무엇이고, 이번 평양선언과 군사합의가 그 속에서 어떤 위상을 점하는가에 대한 논리 재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전략과 세부 전략들을 정부와 시민사회가 상호 논의를 통해 공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설치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상쇄하고,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을 도모할 수 있는 실제적 방안 제시도 필요하다. 냉전기 유럽 국가들이 그러했듯이 상호 군사훈련의 통보나 참관 등도 이루어져야 하고, 북한의 무기와 군사시설들을 유엔 군축회의 등 국제기구에 가감없이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재차 강조한 것처럼 “힘을 통한 평화”의 정책 방향이 희석되어선 안 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고, 역내 정세의 불안정 가능성에도 대비한 미래지향적 전력증강의 필요성이 여전하다. 넷째, 북한 비핵화 및 재래식 군사력의 억제를 위한 한미동맹 차원의 대북 정책 공조가 여전히 중요하다. 10월에 개최될 한미 SCM에서 전반적 정세를 재평가하고,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군사긴장 완화를 위한 긴밀한 정책공조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양 정상 간 평양공동선언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열매로 맺어지기 위해 국방차원에서의 실제적인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방전략은 전쟁에서의 승리뿐 아니라 평화 구축 과정에서도 수행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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