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레게머리 중고생 나올까... 서울 학교 두발 자유화 추진

입력
2018.09.27 17:00
수정
2018.09.27 23:20
2면
구독
2005년 11월 6일 제76회 학생의 날을 기념하는 청소년 자유선언 퍼레이드에서 학생들이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05년 11월 6일 제76회 학생의 날을 기념하는 청소년 자유선언 퍼레이드에서 학생들이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르면 내년 2학기부터 서울에서 ‘레게머리’를 한 중ㆍ고등학생을 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염색ㆍ파마까지 허용하는 ‘완전한 두발 자유화’를 지향하는 학생생활규정 개정 공론화 추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7일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발 자유화 및 편안한 교복에 대한 공론화 계획을 발표했다. 편안한 교복 도입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조 교육감의 주요 공약사항이며 두발 자유화 역시 2기 취임사에서 밝혔던 ‘아침이 설레는 학교’ 만들기의 일환이다.

시교육청은 이날 각 학교에 서신을 보내 내년 1학기 중 각 학교가 두발 및 교복규정에 대한 자체 공론화를 거친 뒤 학칙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두발의 경우 빠르면 내년 2학기, 교복은 2019년 1학기부터 새 규정이 적용된다. 서울시민 전체 공론화가 아닌 학교별 공론화를 하는 이유는 적절한 머리모양과 교복형태에 대한 각 학교 학생ㆍ교사ㆍ학부모의 협의를 존중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해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는 교육적 고려도 담겼다.

다만 공론화 의제 및 방식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제시한다. 두발의 경우 이미 서울 중고교의 84.3%(708곳 중 597곳)가 길이 제한을 두지 않는 등 자율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상당한 만큼 교육청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편안한 교복의 경우 사실상 첫 논의이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도 적기 때문에 내달부터 교육청 차원의 학생ㆍ시민 숙의토론을 2차례 진행해 큰 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제는 교복으로서 바람직한 복장과 개별학교 공론화 시 학생 의견 반영 비율이다. 조 교육감은 “대입개편 공론화 이후 절차적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의제 선정을 신중히 하는 등 (가이드라인에) 제가 직접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학생생활규정에서 두발ㆍ교복 제한하는 중ㆍ고교=그래픽 신동준 기자
학생생활규정에서 두발ㆍ교복 제한하는 중ㆍ고교=그래픽 신동준 기자

학교현장에서도 일괄적인 용모규제는 무의미해진 만큼 시대에 맞게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 한 여고의 생활지도부장교사 권모(43)씨는 “학생들에게 염색이나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도 감쪽같이 선생님 눈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며 “무조건 하지 말라고 혼내는 대신 학생다운 외모에 대해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미 서울의 동구여중, 인헌고 등은 지난해부터 교내 3주체(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한 ‘생활협약 토론회’를 통해 벌점제 및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자체 공론화를 실천했다.

일각에선 교육감이 직접 공론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각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이미 각 학교들은 3주체 의견수렴을 통해 교칙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며 “상급기관이 선언의 형식을 빌어 교칙 개정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재범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교육청은 시대 흐름에 따른 큰 틀을 제시하는 것이며 각 주체 참여비중, 공론화 방법 등 세부사항은 최대한 학교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