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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진상 콩 맛 좀 봅시다… 사흘간 서리태 120톤 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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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낯익은 풍경의 시골장터에 지나지 않았다. 경기 파주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농민 30여명이 도로 한쪽에 좌판을 깔고 콩, 인삼 등을 내다 파는 광경이 영락없이 그랬다.
파주시는 이런 평범한 장터에 희망을 품고 축제라는 색을 입혔다. 농민들도 판매품목을 늘리고 최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에 전념하는 등 힘을 보탰다. 수년의 노력을 펼친 결과 가을 수확기에 한번 열리는 장터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올해 22회째를 맞는 파주장단콩축제가 전국 대표 농산물 큰 장터로 우뚝 서기까지의 이야기다.
파주 장단콩(검은콩ㆍ서리태)은 개성인삼, 임진강쌀과 함께 ‘장단삼백’이라 불린다. 흰 것을 으뜸으로 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장단삼백’은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하던 귀한 식품인데, 이중에서도 장단콩을 파주의 대표 명물로 친다. 1913년 우리나라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장단백묵’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른 지역의 콩에 비해 유기질 함량은 두 배, 이소플라본은 50%이상 함량이 높아 영양이 뛰어나다. 이소플라본은 콩단백질 중 하나로 우울증, 골다공증 등 여성들의 갱년기 증세를 완화시켜 준다. 알이 굵고 윤기가 흐르며 맛이 고소한 것도 특징이다.
장단콩의 품질이 뛰어난 건 재배지의 영향이 크다. 주 재배지인 민통선 북쪽 장단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물 빠짐이 좋은 토양조건을 갖춰 장단콩 재배에 적격지로 평가된다. 행정구역상으론 파주 장단면에 속한다. 정부가 1970년대 민통선에 마을을 만들어 민간이 이곳에 들어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허가하면서 콩 재배가 가능해졌다.
파주시는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1997년부터 매년 임진각 광장에서 장단콩 축제를 열고 있다.
체험객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서리태, 백태, 쥐눈이콩, 밤콩 등 8종의 장단콩을 시중가보다 10% 싸게 팔고 된장, 청국장 등 콩 가공식품과 임진강 쌀과 찹쌀, 조 등 판매품목을 다양화한 것이 주효했다. 문화예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까지 접목, 축제의 내실까지 꽉 채웠다. 2016년 11월에 3일간 열린 장단콩축제에는 80만명이 찾았다. 축제 첫해 10만여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8배나 많아졌다. 최근 5년간 한해 평균 방문객수도 77만명에 달한다.
축제 때마다 구름인파가 몰리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크다. 파주시에 따르면 2016년 장단콩 축제에서 콩 판매액 33억원 포함해 다른 농산물까지 총 73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축제 물량으로 준비한 서리태콩 120톤이 축제가 끝나기 하루 전에 이미 동이 날 정도로 대박이 났다.
2012년 71억원, 2013년 70억원, 2114년 69억원, 2015년 72억원 등 최근 5년간 매해 70억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따로 집계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550여 농가 당 콩으로만 평균 1,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장단콩 축제 덕분에 콩 재배면적과 농가 수 모두 크게 늘었다. 재배면적은 올해 1,150㏊로 1997년 20㏊에 비해 55배, 농가수 550여개로 3배 가까이 많아졌다.
장단콩 생산량이 늘고, 유명세까지 타자 대기업에서도 손을 내밀었다. 이마트는 2016년 10톤의 장단콩을 구입, 자체 두부를 만들어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30배 많은 300톤의 장단콩을 구매했다. 올해 축제는 11월에 열린다. 파주시는 파주에서 생산되는 전체 장단콩의 15% 가량인 200톤이 이번 축제에서 팔릴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파주의 대표 농특산품 중에 또 하나가 바로 개성인삼이다. 파주개성인삼은 약리 효능이 가장 뛰어난 ‘6년근’만을 일컫는다.
장단면 일대에서 주 재배지인데, 양호한 기후와 토양을 모두 갖춰 이곳에서 재배된 6년근 인삼은 항암효과가 탁월한 사포닌 함량이 높고 향이 진해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다.
파주시는 2005년부터 매해 10월 개성인삼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파주개성인삼 축제에는 62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인삼 50여톤(매출액 35억원)과 기타 농산물까지 55억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2013년부터 매년 인삼만 35억원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 파주시가 지역 주민들과 힘을 합쳐 두 축제로만 한해 120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는 올해 개성인삼축제를 10월20~21일 임진각 광장과 평화누리 일원에서 연다.
장단콩 축제를 매개로 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신동일 경복대 국제관광학과 교수는 “콩국수, 콩떡 등과 같은 건강식품과 매칭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 식당과 함께 축제를 연다면 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장단콩 축제는 2017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과 농식품 파워브랜드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는 등 전국 최고의 농산물 축제로 우뚝 섰다”며 “평화협력 시대를 맞아 북한과 농산물 교류를 추진하고, 장단콩과 인삼 등 장단삼백의 대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생산ㆍ유통ㆍ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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