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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 부모 vs 무주택 자녀 ‘부동산 세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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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일한 자산이 집이다. 이 집 팔면 네가 우리 노후를 책임질 거냐? 가뜩이나 세금 더 내라 해서 스트레스인데….”
“신혼희망타운 분양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집값은 월급보다 몇 배는 빨리 오르는데 그럼 어떻게 합니까.”
추석 당일(24일) 차례가 끝난 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언쟁으로 이어졌다. 15년 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105㎡ㆍ현 매매가 9억여원)를 샀던 ‘은퇴세대’ 아버지 A씨(66)가 “집값이 1년 새 2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2년 전 결혼해 서울 은평구 응암동 빌라(56㎡ㆍ전세보증금 2억3,000만원)에 사는 아들 B(33)씨는 내년 초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연말 수도권 신혼희망타운 분양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높은 경쟁률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란하던 터였다. 서울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가족 도움을 받아 작은 아파트라도 사는 게 현실적이다 싶었던 B씨는 아버지에게 용기를 내서 “이 집을 팔아 더 작은 아파트를 구입하시고 차액은 좀 보태달라"고 말했지만, A씨는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데 유일한 자산을 성급히 팔 수 없다”고 완강히 맞섰다. 서로의 얼굴만 붉히게 했을 뿐 결론은 나지 않는 대화였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밥상 민심’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었다. 특히 부동산 불경기에 비교적 싼 가격에 집을 샀던 65세 이상 노년층과 치열한 취업 전선을 뚫고 가정을 막 꾸리려는 35세 이하 청년 및 신혼 세대는 각자 처한 부동산 문제로 근심이 깊었다. 특히 정부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은 부모-자녀 간이기도 한 이들 세대의 갈등마저 부추기는 형국이다.
26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노년층의 최대 고민은 현 정부 들어 더 높아진 부동산 세율과 자녀들의 자금 지원 요구였다. 실제 정부는 9ㆍ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1주택 보유자라도 해당 주택이 과표구간 3억원(서울 아파트 시가 18억원)을 초과하면 종전에 없던 종합부동산세(세율 0.2~0.7%)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집을 팔아 자녀를 돕기로 마음 먹어도 따져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9ㆍ13 대책에 따라 내후년부터 실거래가 9억원을 초과하는 1주택 장기 보유자가 2년 이상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았다면 80%에 달하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소득세법에 없던 거주 기한 요건이 추가된 것으로, 양도가액 15억원, 보유기간 15년, 2년 미만 거주의 1주택 보유자라면 현행 공제 적용 세금(1,338만원)의 6배가 넘는 8,605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노년층 입장에선 집을 보유하기도 팔기도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인 셈이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는 청년 및 신혼 세대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지난 21일 수도권 일대의 공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임금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은 집값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 한 신규 택지에 아파트가 지어져도 해당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오는 12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신혼희망타운이 경기 위례신도시(580가구) 등에 추가 분양되지만 물량이 적고 절차 또한 복잡해 접근이 쉽지 않다. 신혼희망타운 분양을 신청하려면 보유 자산 2억5,000만원 이하, 부부 합산 소득 650만원 이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주택 기간이나 저축납입인정 횟수 등에 근거한 복잡한 가점제 평가까지 통과해야 거주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노년과 청년층의 이 같은 부동산 스트레스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정부 들어 세금 등 주택정책의 배려가 줄어든 노년층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이전보다 주택 처분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정책적 배려만 있을 뿐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은 주거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려 집값 급등의 수혜를 입은 부모 세대 주택의 처분을 역으로 요구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년층의 세부담 문제는 액수보다 심리적 체감이 더 강하고, 청년ㆍ신혼 세대의 자산 부족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취업 지연 등 사회구조적 원인이 크다”며 “부동산으로 인한 세대 갈등이 더 심해지지 않으려면, 정권의 취향에 따른 결정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감 있는 주택 정책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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