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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중개업소 문 닫고 거래 중단… 눈치만 보는 부동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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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사라져” “현금 없으면 강남 오지 말라는 것”
“강력한 부동산 규제다. 팔면 거래세 폭탄을 맞게 되고, 가지고 있으면 보유세 폭탄을 맞는다. 다만 늘어난 보유세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 부과되니 한동안 집주인들은 버티는 것이 유리한지 파는 것이 유리한지를 따져볼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거래절벽이 우려된다.” (강남구 도곡동 중개업소 대표)
“이번 대책은 ‘현금 없으면 강남 들어갈 생각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결국 현금 부자들만 강남에서 들어가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게 됐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 글)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끊기고 문의만 있는 ‘눈치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주인도 매수자도 모두 관망세를 보이면서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책”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보니 일단 심리적으로는 대책의 약발이 먹히는 모습이다. 포털 사이트와 부동산 동호회 등 온라인에서는 당분간 집값 폭등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출 잠김으로 인해 서울의 인기 지역 진입장벽만 높아지게 됐다는 비판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9ㆍ13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15일과 16일,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중단됐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간혹 문을 연 중개업소들도 “매물도 없고 문의하는 사람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매수 문의는 뚝 끊겼고, 대책 발표 직후 세금 부담 등을 우려하던 집주인들의 문의도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서초구 방배동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직후 보유세 등이 얼마나 늘어나게 되는지, 2주택자 대출은 어떻게 규제되는지 등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주말엔 전화 한 통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강북 지역도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매수자들은 이번 대책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수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오늘 계약을 하기로 했다가 정부 대책 발표 내용을 보고는 매입 시기를 미루기로 한 고객이 있었다”며 “대부분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집을 팔려는 사람들도 신중해진 모양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법안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바뀐 세제는 내년 6월 주택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연말 부과 때부터 적용되는 터라 매도 여부를 급히 결정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강남구 도곡동 M공인중개사 대표는 “보유세가 빨라야 내년 하반기부터 늘어나는 상황이라 매매를 결정할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관망 추세가 길어지게 되면 당장 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어설픈 규제로 인해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비판했던 온라인 민심이지만, 8번째로 발표된 이번 대책에 대해선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에선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대책에 정작 거래세 인하 방안은 빠지면서 ‘퇴로’가 차단돼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로 인해 공급 부족에 의한 집값 상승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자녀 취학 등을 위해 강남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매물이 없는 한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뒤늦은 ‘땜질식 정책’을 냉소하는 분위기도 적잖다. 특히 보유세 강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조치로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인기지역의 진입장벽만 높아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5만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부동산 카페 ‘부동산 스터디’의 한 회원은 “대출 규제로 이제 강남은 현금 없으면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됐다”며 “결국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말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발언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9ㆍ13 대책 발표 당시 규제지역 분양 아파트의 추첨제 공급 물량 전부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혔던 국토교통부는 추첨제 물량 일부를 1주택자와 무주택자에게 함께 배정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집을 넓히거나 거주 지역을 옮기기 위해 청약통장을 보유한 1주택자의 분양 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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